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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다시 소한의 궤도에 서서- 허충호(정치부 김해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7-01-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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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한(小寒)이다. 절후 이름으로만 보면 대한(大寒)이 가장 추운 것 같지만 실제로는 소한 때가 가장 춥다.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 갔다가 얼어 죽었다’는 속담이 그냥 나온 말일까.

    실로 어수선한 정국과 혹독하게 냉각된 경기의 여파로 올 한 해 시작이 그 어느 때보다 춥고 무겁다. 닭의 해라고 하지만 올해의 주인공인 닭들은 AI의 영향으로 지난해부터 무차별적으로 죽어 나가고 있다. ‘붉은 닭의 해(丁酉)’라는 육십갑자 이름이 실로 무색하다. 연일 방역의 강도를 높인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들려오는 소식은 매몰처분이고 방역효과가 없는 황당한 소독제 얘기니 닭들에게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 이러다 전국에 닭은 관상용밖에 남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닭의 해에 어처구니없는 참극이 재연되는 상황이니 얄궂은 현실이다.

    탄핵정국이 어떤 모습으로 종결될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경우든 혼란은 불가피할 것 같다. 공식출범하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정책변화가 한반도에는 어떤 불확실성으로 파급될지를 두고 우려 섞인 전망들이 분분하다. 잠시 수면 아래로 잠수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논란도 일순간 재점화 개연성이 높다.

    20년 만에 재연된 4당 체제는 정국 향배가 어떻게 진행될지를 가늠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사회 전 분야에서 참으로 많은 변수들이 포진한 한 해인 것 같아 벌써부터 머리가 혼란스럽다. 앞으로 있을 대선에서 또 어떤 ‘대립과 대결’의 시나리오가 전개될지도 우려스럽다.

    해가 시작되면 누구나 새 꿈을 꾼다. 그저 생각 없이 하루를, 한 해를 사는 이들도 물론 적지 않겠지만 그래도 새로운 출발선에 선 사람들의 대부분은 새롭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대와 희망을 갖는다.

    희망은 인류 진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동력이다. 어제보다는 더 나은 내일이 올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 지난번보다는 더 잘할 것이라는, 앞으로는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들이 비전으로 승화돼 오늘의 인류발전을 이끌어냈고 앞으로의 발전가능성을 기대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절, 이미 오래전에 퇴직한 한 직장 선배가 자주 했던 말이 갑자기 떠오른다. “우리에게 언제 과도기가 아닌 시절이 있었던가? 우리는 늘 과도기에 서있었고, 지금 상황은 늘 최악이었다.”

    그 선배에게 현실은 늘 녹록지 않았고 그의 출발선은 늘 최저점에서 시작했다. 그래도 그는 현실의 난관을 잘 타개했고 지금은 어엿한 관리자로서 자리매김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의 ‘과도기’ 철학은 그가 오늘의 자리에 오르게 한 동인이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올해는 과연 희망은 있는 것인가 반문한다. 경기불황과 높은 육아비용 등으로 취업·결혼·출산을 포기한다는 일명 ‘3포’의 시대에 혼란스런 정국, 심화되는 사회적 갈등과 대립까지 가세한 이 모든 것을 딛고 희망의 노래를 부를 수 있을 것인가.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했던가. 현실이 아무리 어려워도 참고 나아갈 힘이 생기게 하는 건 미래의 비전과 꿈을 갖는 것이란다. 그 말이 빈말처럼 느껴지더라도 희망의 끈은 다시 잡아야 한다.

    소한이 아무리 춥다 해도 봄은 오게 마련이다.

    허충호 (정치부 김해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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