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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살처분과 동물복지- 이현근 사회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7-01-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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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처분(殺處分). 듣기만 해도 섬뜩한 무서운 말이다. 최근 최악의 고병원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을 휩쓸면서 50일 만에 살처분된 가금류만 3000만 마리를 넘어섰다. 산란계 농가는 계란을 출고하지 못하면서 존립 자체가 어려울 만큼 기반이 붕괴 직전에 내몰렸고, 닭보다 계란값이 더 비쌀 만큼 계란값이 폭등했다. 무엇보다 하루에 60만 마리나 되는 살아 있는 동물을 살처분하면서 공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들도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살처분은 가축들이 전염병 중 심한 구제역이나 콜레라 등 전염성 질병인 경우에 예방 차원에서 감염된 동물이나 같은 축사와 인근에 있는 동물들을 처분하는 것이다. 다른 동물들에게 전염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벌이는 예방적 차원이지만 살아 있는 동물을 가스로 질식해 죽이는 잔인한 방법이다. 일부에서는 생매장을 하기도 한다. 현대의학이 발달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살처분 방법이 가장 유효한 것이라고 하니 참 안타깝다.

    ▼이번 조류인플루엔자 사태뿐 아니라 구제역 등 가축들에 대한 전염병은 몇 년을 두고 반복되고 있지만 그때마다 섬찟한 살처분으로 끝내고 만다. 문제는 살처분을 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반복,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많은 연구를 했다고 하지만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불과 4% 이내라고 한다. 동물에게 발생하는 병에 대한 근본 해결책은 없다손 치더라도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은 역시 공장식 밀집 축산을 줄이는 것이다.

    ▼동물들도 사람과 똑같은 희로애락을 느낀다. 가축들은 단지 인간의 미각과 배고픔을 채워주기 위해 희생을 당하고 있지만 살아 있는 동안 최소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과 먹을 수 있는 자유가 있어야 한다. 움직이지도 못하는 공간에서 기계처럼 사육되는 가축은 사람들의 건강에도 좋을 리 없다. 젖소에게 젖을 짤 때도 음악을 틀어주는 이유가 있다. 매년 수천억원을 살처분에 투입하기보다는 오히려 친환경 가축산업 전환으로 돌리는 게 경제적이다. 동물복지에 대해 생각해 볼 때다.

    이현근 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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