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5일 (목)
전체메뉴

[세상을 보며] 주목되는 ‘핀란드의 복지실험’- 이상목(사회부장)

  • 기사입력 : 2017-01-10 07:00:00
  •   
  • 메인이미지

    대한민국이 리더십 갈등으로 혼란한 이때, 북유럽 핀란드는 새해 또 다른 복지실험에 나섰다. 국민들에게 먹고사는 걱정만큼은 없도록 해보자는 취지다. 최고의 복지시스템을 갖추고도 부족함을 메우려는 시도여서 이목이 집중된다. 벌써 많은 논란이 있지만, 이 나라 정권 담당자들의 노력만큼은 평가할 만하다.

    핀란드는 2차대전 직후 스웨덴으로부터 복지국가형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했다. 이어 1960년대 중도·좌파정권이 집권하면서 경제성장에 따라 그 제도를 발전시켜 왔다. 이 나라의 복지 지표는 명확하다. ‘법률에 규정된 조세를 재원으로, 저소득층뿐 아니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동등하게 높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재원은 40~50%에 이르는 높은 국민담세율이 뒷받침한다. 우리의 2배다.

    핀란드가 실험에 들어간 새 복지체계는 국민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보장해 ‘생계노동은 그만하도록 해보자’는 데 목표점이 있다. 이른바 ‘노동해방 세상’을 실험하는 것이다. 우선 일부만 대상으로 시작했다. 지난 1일부터 복지수당을 받는 생산가능인구 중 2000명을 무작위로 선발해 기본소득 월 560유로, 우리돈 약 70만원을 매달 지급한다. 이 실험을 통해 정부는 기본소득을 받은 대상자들의 반응을 관찰하게 된다. 기본소득을 믿고 대담하게 다른 일자리를 시도하게 될지,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체 더 게을러질지다. 정부는 전자에 더 기대를 건다. 그렇게만 된다면 더 많은 국민을 대상으로 수혜대상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 제도가 경기상승의 마중물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아직은 비관적 시각이 많다. ‘노동 없이 돈을 주면 사람들이 일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소위 회의론적 인간관이다. 국가가 삶을 책임져주는데 굳이 고통스럽게 일하려 하는 사람이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세금 낼 국민은 줄게 되고 재원조달을 못해 높은 수준의 복지는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낙관론도 있다. 로봇사회가 성큼 다가오면서 로봇이 인간노동을 대신하게 된다는 사실에 기초한다. 그렇게 하여 생산성이 극대화되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이들은 인공지능(AI) 기술과 함께 인간의 육체·사무직 일자리가 차츰 없어지면서 로봇과 인간이 품위 있게 공존하려면 기본소득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한다.

    로봇노동이 아니라도 공공재가 풍부한 나라라면 기본소득제는 가능하다. 실제 미국 알래스카 주는 지난 1982년부터 공유재인 석유에서 나오는 수익을 주민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하며 기본소득제를 실현하고 있다. 공공재가 풍부한 캐나다, 아이슬란드, 우간다, 브라질 등도 기본소득제 시범 운용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재가 빈약한 우리나라는 언감생심이다.

    ‘돈이 많으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나 삶의 무게에 짓눌릴 때면 한 번쯤 내뱉어 보는 독백이다. 그렇다고 핀란드의 기본소득제와 같이 복지혜택만 바라보고 있을 일은 아니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노동력으로 나를 무장시키기 위한 노력이 더 우선이다. 선량한 부자를 부러워하기 전에, 그 이면에 가난한 사람이 겪지 못한 수많은 고통이 숨어 있다는 사실부터 알아야 한다.

    이상목 (사회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