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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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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칼럼] 가르칠 수 없는 것

  • 기사입력 : 2017-01-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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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생들이 스스로 학교생활을 고민하고 학교운영에 참여할 기회를 주기 위한 수업인 학생자치활동, 이른바 전교어린이회의 시간, 교사들이 학생 토의에 함께 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학교 이야기를 조금씩 하는 것 같더니 더 이상 토의가 깊이 있게 들어가지 못했다. 나는 교사로서 학생들이 어려워할 때는 교사가 도움을 줘야지 하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있었던 학교 활동들을 이야기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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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그런 나에게 돌아온 이야기는 뜻밖이었다. 교사들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속마음을 이야기하기 어려우니, 잠시 빠져달라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한편으로는 ‘이제 다 컸군’ 하면서도 또 다른 한편에서는 ‘선생님들한테 못 하는 소리가 없네. 너무 건방진 것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최대한 기분 안 나쁜 표정과 목소리로 ‘그래 알겠어’하고 자리를 피해 주었다. 그렇게 학생들에게 접근 거부를 당하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 교사대책회의를 하게 됐다.어떤 교사는 굉장히 기분이 나빴다고 한다. 수업시간은 교사가 계획하고 지도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학생들이 교사를 이리 가라 저리 가라 한다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그 말에 심정적으로 격한 공감을 하면서도 무엇인가 크게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자치활동을 통해 우리는 민주주의를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학교의 민주주의라는 것은 어쩌면 권력을 가진 교사가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민주주의는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민주주의의 가치가 아닌 절차와 방법만 가르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우리 사회에는 권위적이고 비민주적이지만 스스로 민주적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고민이 들었다. 오히려 이번 사건의 본질은 교사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 아니라, 우리 학생들이 스스로 주인이 되려는 민주의식이 발현된 것이다. 교사들은 잠시 나가달라고 이야기하는 것, 이 말에 초점이 맞추어져 언짢게 생각했지만, 사실 학생들이 요구한 것은 자신의 학교생활을 스스로 고민하고 살아보고 싶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학생의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는 이유가 나 자신이 민주적이지 못한 것, 더 나아가 우리가 함께하는 학교가 그렇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마음이 무겁다. 하지만 다행히도 학생들은 내가 가르치는 것만 배우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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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재광 (고성 동광초 교사)

    우리가 제공하는 다양한 삶이 학생들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면 그것 또한 그들의 삶의 밑받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 필요한 것은 아이들 걱정이 아닌 나부터 민주주의를 다시 배워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조재광 (고성 동광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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