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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계란 - 김진호 정치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7-01-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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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탈리아의 엠마 모라노 할머니는 올해 118세로 현재 세계 최고령자이다. 19세기인 1899년 11월 태어난 그녀는 2015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장수 비결로 하루에 날계란 2개를 먹는 것과 혼자 사는 삶을 꼽았다. 그녀는 10대 때 빈혈 진단을 받고 의사의 권유로 1세기 넘게 계란과 인연을 맺게 됐다.

    ▼계란의 효능이야 널리 알려져 있지만 혼자 끼니를 때우는 노인에게 계란은 훌륭한 먹거리이다. 계란은 우유와 함께 흔치 않은 완전식품으로, 병아리가 부화하는 데 필요한 각종 영양이 충분히 들어 있다. 비타민C와 식이섬유 외에 거의 모든 영양소가 들어 있다. 특히 필수아미노산이 고루 들어 있으며 단백질의 질이 높다. 몸에 소화 흡수가 잘되는 데다 가격이 싸고 요리하기 비교적 쉽다. 계란에 통곡물, 채소, 과일, 저지방 유제품, 생선, 닭고기, 불포화 지방을 즐겨 먹는다면 영양 만점의 식단이다.

    ▼계란은 3000~4000년 전에 들닭을 가축화하면서 식재료로 생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계란은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함께해 오면서 문학작품이나 속담 등에 많이 등장한다. 조정래 장편 ‘태백산맥’에서 묽은 어둠이 가득한 방안에서 정하섭과 애틋한 사랑을 한 소화가 밥을 하면서 작은 함지박 안에 든 한 개뿐인 계란을 보며 아쉬워하는 장면이 선연하다.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을 통해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말한다.

    ▼최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닭이 대거 살처분되면서 계란 대란을 겪고 있다. AI는 인간 탐욕에 대한 경고이다. 많은 계란을 얻기 위한 공장식 밀집사육이 AI 확산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자연을 거스른 인간에 대한 징벌 앞에 닭의 해 정유년에는 자연에 대한 겸손한 마음을 가져보자. 동시에 너무 흔해서, 너무 가까이 있어서 소중함과 가치를 잘 몰랐던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아무렇지도 않은 곳에서 아무렇지 않게 살고 있는 것들이 있기에 세상은 더욱 아름답다.

    김진호

    정치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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