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촉석루] 어쩌다 어른- 김은아(김해여성복지회관 관장)

  • 기사입력 : 2017-01-13 07:00:00
  •   
  • 메인이미지

    고성이 오가는 식당은 장터를 방불케 한다. 어린이놀이방에 초등학교 1학년쯤 돼 보이는 남자아이가 미끄럼틀을 차지하고 그 옆에 서너 살 된 아이가 울고 있다. 머리가 희끗한 식당 사장과 여종업원은 연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인다.

    아이들이 미끄럼틀을 먼저 타려고 하다 힘이 약한 아이가 밀리면서 울게 되니 아이 아빠쯤 돼 보이는 젊은이가 다짜고짜 사장을 부르며 ‘장사 이 따위로 할 거냐’고 한다. ‘왜 아이를 울리느냐’고. 옆에서는 밥 먹는데 시끄럽다며 ‘이 집, 왜 이 모양이냐’고 한다.

    우리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아이 아빠가 되고 엄마가 되고, 어른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과연 어른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남에 대한 배려가 없이 내 것이 우선 돼야 하고 잘못된 것은 남의 탓으로 돌리는 요즘 세태에 과연 어른이 있을까? 아직 우리는 남을 배려하고 챙기는 마음이 덜 자란 어린아이가 아닐까? 식당의 젊은이는 덩치만 커지고 의식과 생각은 미처 자라지 못한 어린아이이지 싶다. 그런 젊은이를 보며 ‘만약에 어른이란 단어가 당연시되는 게 아니라 시험을 통과해야 주어지는 것이라면 우리나라에 어른이 몇 명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역사 모임에 여든이 넘은 어르신이 계신다. 젊은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면 열심히 경청하신다. 때론 고개를 끄떡이기도 하고 미소를 지어 보이시기도 한다. 그러다 이야기의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한 마디 하시는데 그 해박한 지식을 듣다 보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그분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존경받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닮아가고픈 어른이다.

    우리 사회는 갈수록 어른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 어른 행세를 하는 사람은 많은데 어른을 찾아보기 힘들다. 진정한 어른들이 많아져야 어른을 위하는 젊은이들 역시 많아질 것이다. 누구를 탓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제대로 된 어른이 돼야 하지 않을까. 어쩌다 어른이 된 것이 아니라 진정한 어른이 되어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

    김은아 (김해여성복지회관 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