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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잘 나가다 삼천포에 빠져보세요- 정오복(사천본부장 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7-01-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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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사천시청에 민원전화가 폭주한 적이 있었다. 한 국회의원이 공식 석상에서 사천을(정확히 얘기해서 삼천포를)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항의였다. 지난해 12월 22일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제5차 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새누리당 일부 의원과 K스포츠재단 정동춘 전 이사장 간 위증교사가 있었다고 지적하면서였다. 박 의원이 국정농단의 핵심 증거로 지목된 태블릿PC를 놓고 증인들이 엉뚱하게 소유자 논란을 제기함으로써 “(청문회가) 삼천포로 빠진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발언한 데 따른 것이었다. 방송을 본 사천시민 상당수가 “지역과는 아무 상관없는 문제로 또 다시 삼천포가 모욕당했다. 철저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촉구해달라”며 시청 관계자에 요구했다.

    어떤 일을 해나가다 잘못돼 곁길로 빠지거나 엉뚱하게 일을 그르치는 경우, 또 대화 중에 엉뚱한 이야기로 빠질 때 나오는 넋두리인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졌다’란 말은 삼천포 지역민과 출향인들에게는 목에 걸린 가시처럼 언짢고 아프다. 그동안 별 생각 없이 사용했던 방송이나 언론, 공인들이 소송에 걸렸고, 공식 사과를 하며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일도 여러 번 있었다. 또한 1977년 한국방송윤리위원회가 비속어·은어로 규정해 방송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까지 했지만, 여전히 시빗거리가 되고 오히려 고착화되고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관용구화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더욱이 비속어로 분류됐던 ‘(여자를) 꼬시다’가 표준어로 되는 것만 보더라도 비속어·은어 규정만을 강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런 가운데 ‘이제는 편협하고 패배주의적인 삼천포 프레임을 극복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시대상황이 크게 달라지고 있는데, 미시적이고도 소극적인 사고에 얽매여 가시를 곤두세우는 자기방어 태도만을 고집할 거냐는 반론이다. 역발상으로 <이곳은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진다’는 말의 유래지, 삼천포입니다. 삼천포 매력에 푹 빠져 보세요!>라며 당당해지면 어떻겠냐는 목소리다. 어떤 이는 사천시 관문부터 도로 여러 곳에 <잘 나가시는 여러분들은 지금, 그 유명한 삼천포로 빠지고 계시는 중입니다>, <잘 나가다가 아름다운 삼천포에 빠져보시니 어떠신가요?>라고 크게 써 붙인다면 역으로 내방객들의 유쾌한 웃음을 자아낼 뿐만 아니라, 뇌리 깊숙이 삼천포를 각인시킬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마침 새로 취임한 (재)사천문화재단 강의태 대표이사가 올해 사업으로 (가칭)‘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져보자’란 축제를 계획하고 있다. 삼천포 지역민들의 저항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소통하고 설득해 전국적으로 이슈화시키겠다니 기대해본다.

    정오복 (사천본부장 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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