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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탕평채- 최완규(전 창녕군 영산면장)

  • 기사입력 : 2017-01-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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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직 시절 다른 지방자치단체나 해외에서 추진하는 우수한 업무를 벤치마킹하거나 자료 등을 수집하기 위해 국내외 출장을 다녔다. 출장 시 혼자 가는 경우도 있지만 상사나 동료 또는 아랫사람과 같이 가는 경우가 더 많다. 이는 혼자 보고 느끼는 것보다 함께 보면 객관성이 더 높고 느끼지 못한 부분을 찾거나 보완할 수 있는 좋은 점이 있기 때문이다.

    출장 때 식사는 현장에서 바로 결정해 가볍게 해결하지만 긴 일정이나 최고 지휘관을 수행한 일정이면 식사 장소도 미리 정하게 된다. 좋은 음식을 먹기 위함이 아니라 움직이는 동선에 따라 시간을 절약하고, 값비싼 음식보다 그 지역의 특색음식을 맛보고 우리지역의 음식과 접목해 음식 개발에도 응용하기 위하는 등의 목적도 포함된다.

    오래전 인사권자와 함께 경상북도 예천군에 출장을 가게 됐다. 그곳엔 지역의 향토 음식으로 묵을 주 식단으로 하는 식당이 있는데 비싸지 않은 가격에 특색이 있어 점심 식사를 위한 자리로 정했다. 주 식단은 청포와 탕평채였다. 청포는 녹두로 쑨 묵이며 탕평채는 청포 즉 녹두묵의 무침 음식이다. 묵은 여러 가지 재료로 쑬 수 있지만 대중적 묵은 도토리나 메밀로 쑨 묵이 대부분이며 그 이름은 도토리묵과 메밀묵이다. 그런데 녹두로 쑨 묵은 청포라 하고 청포에 채소와 고기 등을 넣고 무친 묵을 탕평채라고 한다.

    인사권자와 함께 식당에 들러 식단을 설명하며 평소 접하기 어려운 음식임과 청포와 탕평채에 대해 설명을 드렸다. 탕평의 본뜻은 싸움이나 시비, 논쟁 따위에서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음이고 원어는 탕탕평평(蕩蕩平平)이다. 조선 말기, 영조와 정조가 당쟁(黨爭)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인재를 고르게 등용해 당파 간의 정치 세력에 균형을 꾀하기 위해 편 정책이 탕평책 (蕩平策)이다. 당파 싸움이 치열해지자 이것을 조정하기 위해 탕평책을 논의하는 모임에서 영조 임금이 조정대신들과 함께하는 자리에 처음으로 상에 오른 음식이 바로 녹두 녹말로 쑨 청포(淸泡)였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인사권자에 줄을 서거나 줄을 세우는 등 인사에 문제가 많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그러나 알면서도 실행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1월이 되니 신문지면에 각급기관과 기업 등의 인사 내용이 보도된다. 인사권자는 인사를 하기 전 바르게 바라보고 있는가, 바르게 등용하고 있는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생각이 흐려지면 녹두묵무침 한 그릇 먹어보는 것은 어떨까?

    나랏일보다 자신의 당의 이익이나 자신의 출세와 권력 잡기에 집착하고 골몰하고 있는 국회나 정당에 탕평채를 한 솥 해서 보내면 어떨까?

    최완규 (전 창녕군 영산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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