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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난득호도(難得糊塗)- 이상권 정치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7-01-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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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신을 낮추는 겸양지덕(謙讓之德)은 대인관계에 중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고등교육이 일반화되고 밥 먹고 살 정도가 되면서 자존감이 급상승했다. 과시하고픈 욕구가 넘치는 세태가 됐다. 지난 2014년 옥스퍼드 사전에는 험블브래그(humblebrag)라는 신조어가 등재됐다. 겸손(humble)한 척하면서 은근히 드러내는 자기 자랑(brag)을 말한다. 아무리 학식이 풍부하고 지위가 높아도 상대를 가르치려 하거나 잘난 척하는 이는 외면당하게 마련이다.

    ▼동양적 사고에서 다소 어리숙하게 보이는 것이 삶의 지혜라고 믿어온 역사는 오래다. 어수룩하다고 손해가 아니라 오히려 진정성을 담보한다는 역설적 가르침이다. 노자는 ‘기교가 뛰어나면 어리석어 보이고 훌륭한 말일수록 어눌하게 들린다’고 했다. 공자도 ‘군자는 덕이 성대해도 겉모습은 어리석은 자와 같다’고 맥을 같이했다. 소동파 역시 ‘참으로 용맹한 사람은 겁쟁이처럼 보이고, 진정으로 지혜로운 사람은 어리석어 보인다’고 했다.

    ▼우리나라 많은 가정에 걸린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만큼이나 중국인이 공감하는 삶의 철학이 ‘난득호도(難得糊塗)’다. 청나라 문인 정판교가 쓴 말로 ‘바보인 척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총명하기는 어렵고 어리석기 또한 어렵다. 총명한 사람이 어리석게 되기는 더욱 어렵다. 집착을 버리고 한 걸음 물러서면 마음이 편해진다. 뜻하지 않고 있노라면 훗날 복으로 보답이 올 것이다.’ 왜 인생을 바보처럼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그의 설명이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은 자신을 스스로 바보로 칭했다. 눈 코 입만 간단히 그린 자화상에 ‘바보야’라고 썼다. “안다고 나대고, 대접받길 바라고, 내가 제일 바보같이 산 것 같다”고 스스럼없이 말했다. 운보 김기창 화백도 말년에 “난 세상 물정을 모르는 바보”라며 순수를 표방한 ‘바보산수’라는 새 경지를 열었다. 세상에는 총명하고 혜안을 가진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잘난 척, 있는 척하며 자신을 욕망의 감옥에 가두고 화를 자초하는 게 진짜 바보들의 세상살이다.

    이상권 정치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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