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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정권교체냐 정치교체냐- 이종구(정치부 서울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7-01-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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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로 연초부터 정치권이 조기 대선 체제로 접어든 가운데 ‘정권교체’와 ‘정치교체’가 초반 대선전의 프레임으로 급부상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2일 귀국 일성으로 ‘정치교체’를 화두로 꺼내들면서 ‘정권교체’를 줄기차게 외쳐온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등 야권을 정면으로 겨냥했기 때문이다.

    반 전 총장이 정치교체라는 용어를 꺼내든 것은 우리나라가 총체적 어려움에 직면한 원인이 현 정권과 여당의 잘못에만 기인한 것이 아니라 정쟁을 통해 이익을 보려 한 야권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교체를 통해 여야가 함께 망쳐 놓은 정치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귀국 기자회견에서 “정권을 누가 잡느냐, 그것이 무엇이 그렇게 중요한가”, “정쟁으로 나라와 사회가 더 분열되는 것은 민족적 재앙이다”는 발언으로 여야 정치권을 동시에 겨냥했다. 고향인 충북 음성의 사회복지시설 ‘꽃동네’를 방문해서도 “정권은 계속 교체됐다. 그러나 정권이 교체된다고 해서 정치의 여러 가지 행태라든지 국민의 생각하는 사고라든지, 특히 정치인들의 사고방식은 변하지 않는 수가 많았다”면서 정치교체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정권교체를 줄곧 주창해온 문 전 대표는 반 전 총장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새누리당 또는 제3지대와 손잡고 정치를 한다면 박근혜 정권의 연장”이라면서 반 전 총장이 정치교체라는 프레임으로 민주당 외의 정파와 손을 잡고 정치를 하려는데 대해 극도의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문 전 대표는 국회서 열린 지지자들 모임 ‘더불어포럼’ 창립식 축사에서도 “구 체제의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달라는 것이 촛불민심의 명령”이라며 광장 민심이 정권교체에 있음을 설파했다. 그는 특히 반 전 총장이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교체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 “옛날에 박근혜 후보가 정치교체를 말했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이 정치교체를 화두로 들고 나선 것은 대선 정국에서 여야를 아우르는 연대·연합과 제3지대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의 패권청산을 통한 정치교체 주장은 친문(친문재인) 패권주의를 비판한 국민의당, 친박(친박근혜) 패권주의에 반발해 탈당한 바른정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문 전 대표가 정권교체를 역설하는 것은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박근혜 정권에 대해 국민들의 지지도가 바닥에 달한 현 시점에서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시키려는 포석이라는 시각이 많다. 또 반 전 총장을 중심으로 한 제3지대론이 탄력을 받기 전에 국민들을 향해 ‘반기문 당선=박근혜 정부의 연장’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정권교체든 정치교체든 이 키워드는 조기 대선 정국에서 양강으로 분류되는 두 후보가 집권을 위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프레임으로 설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최순실 게이트’로 대변되는 친박의 재집권을 바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쟁만 일삼는 현 여야 정치권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민들은 이번 기회에 정권교체와 정치교체를 동시에 바라고 있다.

    이종구 (정치부 서울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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