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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탐방] 4. 페이지31(p.31)

(4) 네 번째 다방, 페이지31

  • 기사입력 : 2017-01-18 14:2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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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앞서 패션, 수집, 건축에 대한 애정을 담아내고자 하는 다방들을 거쳐 왔다. 이제 무엇에 관해 이야기를 해야 할까. 고민 끝에 찾아간 곳이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의 '페이지31'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이곳은 '책' 이야기를 하는 카페다. 그렇다고 북카페는 아니다. 책에 관해 말하고자 하지만, 이 카페가 주목하는 것은 서점에서 구할 수 있는 '흔한 책'에 관한 담론은 아니다.

    책을 두고 '흔하다'고 표현하면 어폐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책에도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거치는 일종의 '기성품'과 소량생산과 소량소비로 맥을 이어가는 '수제품'이 존재했다. '페이지31'은 이 둘 중 후자를 취급하는 카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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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지31'은 2014년 7월에 오픈했다. 주봉승(35) 대표에게는 '페이지31'을 통해 구현하고픈 공간에 대한 이상향이 있었다. "스무살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했어요. 딱 10년째 되던 해에 더는 이 생활을 못하겠다는 생각을 했고, 직장을 그만뒀습니다. 그리고 카페를 열었어요." 주 대표를 카페라는 공간으로 이끈 것은 동호회 모임이었다.

    동호회 활동을 활발히 하다 보니, 여러 카페를 전전하며 모임을 가지기가 쉬웠다. 창원 일대의 수많은 카페를 오가면서 여러 가지를 보았고 느꼈다. "표현을 하자면, 울창한 숲에 사람들이 모여서 음악도 듣고 독서도 하고 담소도 나누는 풍경이랄까요… 사람들이 편안하게 머물면서 각자에게 의미 있는 활동을 하기를 바랐어요. 거기에 제가 만든 커피를 배달하고 싶었죠. 다닥다닥 좁게 붙어서 커피 마시고 빨리 일어나야 하는 공간 말고, 조금 다른 색채를 내는 카페를 조성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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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 '페이지31(p.31)'의 주봉승(사진 왼쪽)·송국화 대표

     40평 남짓한 카페의 내부 구조는 주 대표의 이러한 생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전체 테이블을 다 합쳐봐야 6개 정도. 그나마 2개는 단체가 모임을 가질 수 있는 룸 형식으로 자연스레 분리되어 있고, 나머지 테이블도 사이사이 여유 공간이 넓은 것이 특징이다. '페이지31'에 딱 맞는 색채가 덧입혀진 것은 2015년 7월부터였다. 지인이었던 송국화(34) 대표가 카페에서 '독립출판물'을 매개로 협업을 진행해보자고 제안하면서다.

    방송작가 일을 오래했던 송 대표는 2008년 무렵, 독립출판이 막 태동을 하던 초창기부터 '소소한 출판물'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 홍대 '유어마인드', 부산 '프롬더북스', 대구 '더폴락' 등 잘 알려진 독립출판물 서점에 드나들며 정보를 수집했다. "대도시에 가지 않고 창원에서도 독립출판물을 접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페이지31'에 독립출판물 취급 제안을 했어요. 색깔이 잘 맞을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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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출판은 출판의 전반적인 과정을 개인이 모두 도맡아 하는 것을 말한다. 글쓰기부터 판로개척까지 모두 글쓴이의 몫이다. 사실 출판의 전 과정에는 자본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 책을 만들 땐 손익분기점이 설정되기 마련이고, 때문에 '팔릴 만 한' 글이 채택되어 수백에서 수천 부가 생산된다. 반면 독립출판은 수익보다는 창작 욕구에 기반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한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고 생각해요. 독립출판은 그 부분을 해소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고, 혼자서도 출판이 충분히 가능한 사회적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것도 일조를 했다고 봅니다." 실제로 20~30대들은 이전 세대에 비해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다. 특별한 사람만이 '창작'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일반화되기 시작한 것도 독립출판에 대한 수요를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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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 대표가 맡고 있는 역할은 다양한 독립출판물 중 '썩 괜찮은 책'을 선택해 '페이지31'에 공급하고 전시하는 일이다. 처음엔 1~2부씩 전시하다가 조금씩 그 수를 늘려갔다. 대부분은 송 대표가 작가를 섭외하지만 작가 스스로가 자신의 책을?소개해달라며 연락을 취하는?경우도 점점 늘고 있다. 판매망이 없기 때문에, 직접 작가에게서 책을 받아온다. "처음엔 책을 비치해둬도 손님들이 별 관심이 없었어요.

    으레 카페마다 있는 잡지나 가벼운 에세이 같은 것으로 여겼어요. 그런데 1년 쯤 꾸준하게 홍보하다 보니 '책 만들어주는 카페가 있더라' '책을 어떻게 만드는지 알려주는 카페가 있더라' 이런 정보를 듣고 찾아오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페이지31'는 책만 소개하지 않는다. '세미콜론'이라는 독서모임을 정기적으로 갖고, 읽지 않는 책을 기증받아 서로 교환해서 읽는 행사도 한다. 올해부터는 작가와 독자가 직접 만나는 오프라인 기획전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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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출판물 안에서도 베스트셀러가 있느냐고 물었다. '당연히 있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재고가 바닥나서 다시 작가에게서 받아오는 경우도 있어요. 제 책은 아니지만, 제가 선택한 책을 사람들이 공감하고 돈을 지불한다는 건 매우 근사하죠." '페이지31'에는 출판물 취급 방침이 있다. 한번 책을 선보일 때 최대 스무 권을 넘지 않도록 했다. 한 권 한 권 소중히 다루자는 의미다.

    독립출판물을 카페에서 취급하면서 어떤 묘미를 느끼는지 물었다. "서점보다 책 종류는 적지만 하나씩 뜯어보면 더 다양한 측면도 있어요. 장르 분류가 안 되는 책도 있고, 판형도 다양하죠. 주로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나이대가 20~30대다 보니 취업, 사랑, 진로 등을 주제로 한 독립출판물에 공감하고 소비하면서 자신들만의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점도 재미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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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지31'이라는 독특한 상호에 대해 물어봤다. 책과 관련된 어떤 의미를 부여하려고 한 것인지? "흔히 책을 읽다가 기억할만한 문구가 있는 페이지 귀퉁이를 접어두잖아요. 저희에게 서른한 살이 그런 해였거든요." 주 대표는 서른한 살에 직장을 그만두고 카페를 열었고, 송 대표도 서른한 살 되던 해부터 본격적으로 독립출판물을 알리는 일을 시작했다.

    "우리 두 사람에게는 31살이 삶의 어떤 기점이었다고 봐요. 그런 뜻을 담아봤어요." 상투적이지만, 마지막 순서로 카페가 어떤 모습으로 발전하기를 바라는지 물었다. "더욱 번창해서 숲처럼 넓은 공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여유롭게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가꾸어가고 싶죠. 그러려면 일단… 지금처럼 임대가 아닌 저희 소유의 건물이 되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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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력 포인트
     
     독립출판물을 구매하고 사진과 함께 SNS에 #페이지31 #창원독립출판 등을 해시테그하면 음료를 500원 할인해 준다. 원하는 독립출판물이 있다면 카운터에 문의해서 신청할 수도 있다. 판매도서 외 소장용 독립출판물과 만화책도 비치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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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메뉴
     
     책에 대한 이야기로 많은 부분을 할애했지만 이 카페의 커피 맛도 그냥 넘기기엔 상당히 아쉽다. 주 대표는 카페라떼(4,500원)를 추천했는데, 우유와 샷이 절묘하게 잘 어울리는 비율을 오랜 시간 연구했다고 한다. "원 샷도 아니고, 투 샷도 아닌 황금비율입니다." 주 대표는 카페라떼를 주문하는 손님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제발 카페라떼가 나오면 휴대폰으로 촬영하지 말고, 따뜻할 때 쭉 들이키세요. 그래야 그 황금비율을 느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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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치 및 영업시간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49-11
     주중 오전11시~오후11시
     주말 정오~ 오후11시
     매월 1일 휴무
     
     글=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사진=성승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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