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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희망을 생각하며 부르는 노래- 김진현(통영고성본부장·이사 대우)

  • 기사입력 : 2017-01-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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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어려웠다. 정치도 경제도.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되돌아보기도 싫다. 한국인이라면 누구에게나 한숨 나오게 했던 지난 1997년의 IMF 외환위기. 병신 같은 몇몇으로 인해 병신 같은 일이 생기고 나라가 병신 꼴이 된 2016년. 사람들은 지난해를 IMF 때보다 더 힘들었다고 말한다.

    그 병신년의 마지막 날. 해질 무렵부터 난 어려울 때면 듣곤 하던 ‘You Raise me up’을 쉬지 않고 들었다. 웨스트라이프의 목소리로, 또는 조쉬 그로반의 목소리로, 그리고 지난 2007년 6월 영국에서 시작한 ‘브리튼스 갓 탤런트’의 네덜란드판 우승자인 마틴 후켄스의 목소리로 수십 번을 들었다. 성악가를 꿈꾸다 그 꿈을 접고 35년간 제빵사로 일했지만 직장을 잃었고 거리 악사로 활동하다 대회에서 우승하며 다시 자신의 꿈을 찾았다는 마틴의 목소리에서, 난 가쁘게 뛰던 가슴을 가라앉혔고 분함으로 움켜쥐었던 주먹을 슬그머니 펴며 희망을 꿈꿀 수 있었다.

    “내 영혼이 힘들고 지칠 때/ 괴로움이 밀려와 나의 마음을 무겁게 할 때/ 나는 여기서 조용히 당신을 기다립니다// 당신이 나를 일으켜주시기에…”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들으며 지난해를 돌아보다 또 하나 내게 큰 힘을 준 것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11월 말부터 12월 말까지 근 50여일간 매일 수건씩의 기사를 쓰게 만들었던 주위 사람들의 선행. 그 많은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름들, 그리고 자세히 전하지는 못했지만 단막극 한 편씩은 될 만한 사연들이 기억났다. 내가 취재 활동을 하는 통영 고성 지역은 거제시와 함께 조선업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몇몇 업종을 제외하고 대부분 매출이 30% 이상 줄었다고 말한다. 약국에 약이 안 팔리고 돈이 아까워 목욕도 안한단다. 통영 고성 거제는 타 지역의 경제적 한파와는 그 온도가 다르다. 지난해 이들 지역의 체불임금은 581억원이다. 역대 최대다.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그동안 일한 월급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근로자가 1만3114명이란다. 이들 근로자와 가족이 겪어야 하는, 겪고 있는 고통은 우리의 상상을 넘어선다.

    통영 거제 고성 원룸촌의 공실률은 이제 계산하기조차 싫을 만큼 높아져 있다. 원룸 전세비 100억대를 훔쳐 달아난 주인으로 인해 거제 근로자들의 고통은 배가됐다. 평일 저녁 떠들썩하던 통영 죽림의 원룸촌 편의점 앞 테이블과 통닭집의 웃음소리가 없어진 지 수개월이 넘는다. 일요일 통영 신흥 도심 식당가는 불 꺼진 가게가 더 많다.

    지난해 고성군 사랑 온도계는 역대 최대였다. 고성군에 들어온 이웃돕기 성금은 현물 1억8000만원, 현금 3억9000만원 등 모두 5억7000만원. 따뜻함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됐다. 하루 1만원을 모아서, 안타 하나를 치고 모아서, 고사리손으로 모아서, 먼저 간 남편의 기일에 그분을 생각하며, 이렇게 저렇게 모아서 정을 나눴다. 또 1억원을 기부하는 아너소사이어티도 지난해 3명 올초 1명 등 4명이나 나왔다. 고성군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교육발전기금도 최대였단다. 개인이 기탁한 교육발전 기금만 4억4400만원이란다. 지난 2003년 법인 설립 후 최고 금액이다.

    공기도 좋고 물도 좋지만 이렇게 정이 많은 사람들이 많아서 난 고성이 좋다. 이런 따뜻한 이웃이 있으니 올해 경남신문 어젠다인 ‘힘내라 경남 함께가자 경남’이란 희망의 노래를 부를 수도 있겠다.

    김진현 (통영고성본부장·이사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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