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8일 (목)
전체메뉴

[사람속으로] 나비와 함께 ‘생태계 복원’ 꿈꾸는 강창희 씨

“작은 생명에 깃든 커다란 가치, 복원하고 지켜나갑니다”
취미로 시작해 12년간 나비채집
전국 돌며 표본 1만여점 모아

  • 기사입력 : 2017-01-19 22:00:00
  •   
  • ◆나비찾아 삼만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환경팀에 근무하는 강창희(54·차장)씨 집에는 나비 표본들로 가득 찬 ‘나비방’이 따로 있다. 강씨가 1993년부터 2005년까지 전국을 돌며 채집한 나비와 곤충표본 1만여 점이 보관된 방이다.

    생물학과 출신인 강씨는 1990년 초부터 취미로 ‘나비채집’을 시작했다. 매년 봄부터 가을까지 남쪽의 거제도부터 북쪽의 강원도까지 나비채집에 12년을 몰두했다. ‘나비박사’로 널리 알려진 강씨는 이렇게 수집된 나비표본을 지역의 어린이들에게 종의 다양성과 생태자원의 소중함을 알리는 나비생태전시회 자료로 활용하는 등 생태학습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강씨는 2005년 이후 더 이상 나비를 채집하지 않는다고 한다. 나비 채집을 위해 12년간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나비자원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비의 종수와 개체수가 줄어 예전에 쉽게 볼 수 있었던 종들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안타까운 현상을 체험했다. 이런 추세라면 언젠가 많은 나비들이 이 땅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씨는 그동안의 나비 채집 과정에서 알게 된 생태특성을 이용해 사라져 가는 나비자원을 복원하기로 결심했다.
    메인이미지
    나비생태원에서 꼬리명주나비를 손가락에 붙인 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꼬리명주나비의 복원은 최고의 기쁨= 강씨는 창녕에서 처음 ‘꼬리명주나비’를 만났던 그때를 잊지 못한다고 했다. 가녀린 모습으로 아름답고 우아하게 비행하는 꼬리명주나비는 우리나라 토종생태자원으로, 나비를 아는 많은 사람들이 ‘국접(國蝶)’으로 추천하는 나비이기도 하다.

    “하천 둔치에 수많은 꼬리명주나비가 구름처럼 떠 있는 모습을 보고 황홀경에 빠졌습니다. 그때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꼬리명주나비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었고, 서식지를 복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강씨는 2005년부터 울산지역에서 ‘꼬리명주나비 서식지 복원사업’을 시작했다. 꼬리명주나비는 생태특성상 오로지 ‘쥐방울덩굴’이라는 식물에만 알을 낳고 애벌레는 이 식물만을 먹이로 삼고 있는데, 쥐방울덩굴의 분포가 매우 제한적이라 꼬리명주나비도 쉽게 볼 수 없는 실정이다.

    강씨는 지역에 흩어진 쥐방울덩굴의 종자와 모종을 모아 태화강변을 비롯한 울산의 여러 지역에 꼬리명주나비의 서식지가 되는 쥐방울덩굴 군락지를 만들어 나갔다. 주말마다 쥐방울덩굴 군락지를 만들기 위해 호미와 삽을 들고 서식지 조성에 매달리기 2년 만인 2007년 최초로 울산지역에서 꼬리명주나비 서식지를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울산의 태화강변에, 울산 하늘에 다시 꼬리명주나비가 날아다니게 된 그때가 가장 기쁘고 보람된 순간이었다”고 강씨는 기억했다.

    메인이미지
    강창희씨가 직접 채집한 나비와 곤충 1만여 점의 표본이 보관된 ‘나비방’에서 나비 표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지역 생태자원 복원도 앞장= 평소 울산의 태화강과 태화강을 찾는 철새에게도 관심이 많았던 강씨는 1995년부터 2000년까지 태화강 철새에 대한 조사를 통해 태화강의 철새들이 점점 늘어나고 종도 다양화되고 있음을 보고서로 발표해 지역의 관심을 끌었다. 또 지역의 환경단체에서 활동하며 겨울철새학교 및 백로생태학교 등에 탐조교사로 참여하는 등 야생조류에 대한 생태조사 및 보호활동에도 앞장섰다.

    이러한 활동 중에 강의 수질과 종 다양성이 결국 철새의 유입과 종 다양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태화강의 수질을 바탕으로 산업화 과정에서 사라진 생물자원들이 무엇인지를 조사해 그것이 민물참게인 ‘동남참게’와 태화강의 ‘각시붕어’라는 사실을 알았다. 강씨는 이 같은 사실을 회사와 공유하고, 지역사회 공헌 차원에서 울산시와 함께 복원사업 추진을 제안해 동의를 이끌어 냈다.

    2007년부터 3년간에 걸친 ‘동남참게·각시붕어 복원사업’은 동종 치게와 치어를 보유한 연구소 등에 인공증식을 의뢰해 매년 1만 마리 이상의 어린 개체들을 태화강의 최적 서식지에 방사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현재는 태화강 수계에서도 태화강의 깃대종인 각시붕어와 동남참게를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메인이미지
    경주 황성공원에서 ‘도토리저금통’을 설치하고 있다.


    ◆생명의 소중함이 최고의 가치=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환경분야 사회공헌 담당자이기도 한 강씨는 2013년 우리나라 최초로 야생동물의 로드킬 문제를 다루는 ‘한국로드킬예방협회’를 설립했다. 현대자동차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설립된 한국로드킬예방협회는 현재 360여명의 회원과 함께 지역에서 활발한 야생동물 보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강씨는 그동안 나비, 철새, 태화강생태자원 복원사업 추진 등 자연과 함께하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도로에서 발생되고 있는 동물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조금이나 줄일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로드킬에 대한 조사활동은 물론 야생동물보호 활동으로 혹한기 먹이주기, 새집 달아주기, 야생동물 구조, 생태통로 조사, 로드킬 예방 벽화그리기 활동 등을 펼쳐 나가고 있다.

    최근 가장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로드킬 예방 벽화 그리기와 도토리저금통 설치사업이다. 로드킬 예방 벽화그리기 사업은 2015년 12월 도로교통공단 충북지부 청사 외벽을 시작으로 울산시와 울주군 지역의 초등학교 교정 및 외벽, 어린이 놀이터 외벽 등에 시공을 계속하고 있다.

    벽화를 통해 교통안전 및 야생동물의 로드킬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특히 지저분한 벽면이 산뜻한 벽화로 바뀜에 따라 주변 주민들의 호응도 좋다.

    ◆국내 최초 도토리저금통 개발·설치= 2014년 국내 최초로 개발된 ‘도토리저금통’은 겨울철 동물들의 먹이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평가받고 있다. 등산로 입구에 설치된 도토리저금통에 등산객들이 등산하면서 주워 모은 도토리를 넣어 주는 것이다.

    울산지역 시범사업을 통해 효과가 검증된 도토리저금통은 2015년부터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2015년 지속가능발전전국대회 ‘녹색도시만들기 콘테스트’에서 장려상을 받는 등 참신한 아이디어로 평가 받았고 2016년에는 서울어린이대공원 3개소에 설치되는 등 전국 30여 곳의 등산로에 설치돼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참여자에게 자연보호활동의 기쁨을 주고, 다람쥐 등이 굶주리지 않고 겨울을 날 수 있는 건강한 숲 조성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이 같은 강씨의 자연환경 보호활동이 널리 알려져 2014년에는 울산시장상을 수상했고, 2015년에는 환경부장관상 수상과 회사 내 사회공헌 우수봉사단체로 선정되는 영광도 안았다.

    “아무리 작은 생명체라도 존재의 이유가 있다. 생명의 소중함이 최고의 가치”라고 강조하는 강씨는 앞으로도 그동안의 경험과 지식을 살려 자연생태자원 보호와 야생동물 보호활동을 꾸준히 펼쳐 나가기를 소망하고 있다.

    글·사진= 지광하 기자 jikh@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지광하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