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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추구해야 할 행복- 박승규(부산예술대 연극과 겸임교수)

  • 기사입력 : 2017-01-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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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도 예술도 궁극적인 목적은 개인과 공동체의 행복에 있다고 믿는다. 행복의 사전적 의미는 ‘삶에서 기쁨과 만족감을 느끼는 흐뭇한 상태’를 말하는데, 추상적이고 주관적이어서 개인이 느끼기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이다.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웰빙(Well-being)이나 힐링(Healing)에 관심 가지거나 실제 심취해 온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또 최근엔 덴마크식 히게(hygge) 문화에도 관심이 커져 가고 있다. 행복은 우리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나가는 것이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관한 규정과 함께 헌법에서도 보장돼 있는 매우 소중한 국민의 기본권이다.

    하지만 국가 현실을 보면 마냥 즐겁고 행복할 수 없는 상황이다. 헌법유린과 국정농단으로 대통령의 탄핵심판에다 특검 수사가 이어지고 있고, 경제는 힘들고 매우 어렵다. 조선업은 수주절벽에, 해고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유엔에서 세계 157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행복지수에서 58위를 했다. 이는 OECD국가 중 최하위급이다. 또 ‘더 나은 삶’지수 조사에서도 OECD국가 중 최하위권을 기록했고, 세계 57개국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직장인 행복지수’도 하위권인 49위라는 조사가 나왔다. 각종 행복지수 조사로 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행복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물론 이런 통계들만으로 행복하냐 그렇지 않으냐를 운운하는 것이 개별적으로 느끼는 정도가 달라 모두에게 일괄 적용하는 데 무리가 있을 수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이 느끼는 삶의 질이 여러 지수조사에서 몇 년 동안 여전히 낮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OECD국가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한 11위 경제대국이며, 1인당 국민소득 2만7000달러에 달하는 우리나라가 여러 행복지수 조사에서 하위권에 속한다는 것이 얼핏 이해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왜 우리나라 국민들은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일까? 여러 전문가들은 총체적으로 ‘기회의 불평등’에서 온다고 진단하고 있다. 어디 그뿐이랴. 경기 침체에 따른 실업과 취업난, 직장에서의 무한 경쟁과 불안한 미래, 청소년과 노인의 자살률 증가, OECD 평균의 두 배 이상인 노인 빈곤율 등등 이런 만성적인 문제도 당연히 한몫했을 것이다. 또한 이번 국정농단에서 도드라졌듯이 흙수저와 금수저로 양분된 양극화에 따른 부정적 인식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고 ‘국민 행복시대’를 열겠다던 정부는 국정농단과 헌법유린 사태로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는데, 어디 행복감을 가질 수 있을까?



    예술계도 예외는 아니다. 문화강국 대한민국의 문화체육관광부는 블랙리스트 사태로 만신창이가 됐다. 문화융성을 내세운 박근혜정부의 문화예술정책은 예술가가 중심이 아니었다. 권력남용으로 예술가들을 조정하려는 전대미문의 검열정치를 창조했다. 급기야는 ‘문화가 있는 삶,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던 문체부의 현·전 수장들과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줄줄이 구속됐다. 이들은 문화예술의 주체가 돼야 할 예술가들을 검열과 줄세우기로 길들이려 했다. 문화 창조융성이란 거대한 타이틀 뒤로 헌법에 보장된 국민 행복의 권리를 빼앗고 사익을 채우는 데 사용했다. 어찌 행복하겠는가.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국민은 당연히 행복을 추구해야 할 권리가 있다. 주권자인 국민들은 도둑맞은 권리를 되찾기 위해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또한 예술도 사회를 진실에 깃들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임이 틀림없다. 페널티를 주고 억압한다고 해서 예술이 그 이상을 놓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문장이 괜스레 명언으로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불확실하고 불공정한 사회라 하더라도 그래도 예술은 길을 잃지 않고 행복한 사회 창조의 길잡이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권력은 짧고 국민은 영원하니까.

    박승규 (부산예술대 연극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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