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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8) 일락천장(一落千丈) - 한번에 천 길 아래로 떨어지다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7-01-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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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고의 특표율을 얻어 당선돼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이 한 번 추락하기 시작하자 끝이 없다. 지난해 9월 최순실씨에게 부탁해서 연설문을 고쳤다는 사실이 폭로되고 국민들이 몰랐던 사실이 거의 매일 폭로되면서, 그의 대통령으로서의 국정 수행이 아무런 원칙이 없음이 그대로 드러나게 됐다.

    잘못과 갖가지 비정상적인 일이 드러나면서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에서 탄핵을 걱정하는 초라한 지경에까지 몰리게 됐다. 탄핵이 결정되면 연금 혜택도 전혀 없고, 심지어는 구속까지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돼 있다.

    취임 직후 역점 사업으로 문화융성을 부르짖었는데, 그 주무부서인 문화체육부는 거의 폐허가 됐다. 전직 장관, 현직 장관이 구속되고 차관 두 사람도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문화체육부는 정책의 수립에 아무런 원칙도 없이 거저 최순실, 차은택, 장시호 등의 독무대 놀이터였고 문체부 장관이나 차관, 공무원들은 그들의 보조 역할만 해오다 마침내 모든 부조리가 다 들통이 났다.

    본인의 능력에다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입어 전도가 양양하던 조윤선 장관은 며칠 사이에 구속되는 신세가 됐다.

    명검사, 검찰총장, 법무부장관, 대통령 비서실장 등 화려한 관록을 자랑하던 김기춘씨도 마침내 구속을 면하지 못했다. 이유인즉 ‘블랙리스트 작성’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자기 정권의 성향에 맞지 않는 사람을 조사해서 명단을 작성한 것인데, 이는 어느 정권에나 있었던 일이다. 노무현 정권 때도 특정한 성향의 문화계 인사들만 혜택을 받고 성향이 다른 인사들은 찬밥 신세였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했다 해서 아직 범죄사실이 확정된 것은 아닌데도 현직 장관을 구속하는 것은 지나친 면이 없지 않다.

    특검이라고 특권을 부리면 안 되고, 가장 합리적으로 정상적으로 일을 처리해야 한다. 촛불을 든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수사는 안 된다. 이럴 때일수록 피의자들의 인권도 생각해 줘야 한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잘나가던 장관, 차관, 단장, 대학총장, 학장, 교수 등이 줄줄이 구속됐다. 이렇게 되리라고는 자신들이 전혀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부정이나 부조리를 저지르면 지금 당장은 탄로가 나지 않지만, 언젠가는 탄로가 나고 만다. 그러니 사람은 남이 보든 안 보든 항상 떳떳하게 바른 길을 가야 한다.

    잘못된 점이 탄로나는 순간 하루아침에 천 길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고 만다. 당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각자 자신의 언행을 조심해야 할 것이다.

    *一 : 한 일. *落 : 떨어질 락.

    *千 : 일천 천. *丈 : 길 장.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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