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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문화기획] 2017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자를 만나다

자연스레 만난 문학, 당연한듯 펜을 잡았다

  • 기사입력 : 2017-01-24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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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서면 두려움에 발길이 쉬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첫발을 떼고 그 두려움을 이기면 달리는 즐거움과 완주하고 느끼는 성취감을 맛보며 한층 더 성장하는 기회가 된다. 오랜 간절함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문학의 출발선에 선 이들을 만나 문학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지난 19일 오후 문단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을 샛별들이 ‘2017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상식’에 참석했다. 이날 경남신문사에서 열린 시상식 직후 당선자인 김서연(소설), 최병철(시), 임채주(시조), 안은숙(수필), 김은경(동화) 씨를 한자리에서 만났다. 이들은 수상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듯 떨리는 목소리로 인사를 나눴다.

    어색한 분위기도 잠시, 문학이라는 공통점으로 하나가 된 이들은 금세 ‘신춘문예 동기’를 자처하며 당선소감과 포부 등 가슴속 깊이 묻어놓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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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자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김은경(동화), 안은숙(수필), 임채주(시조), 최병철(시), 김서연(소설)씨./전강용 기자/

    ◆정민주 기자= 신춘문예라는 높은 문턱을 넘은 여러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신춘문예 이야기에 앞서 문학에 첫발을 디디게 된 계기를 여쭤보지 않을 수 없겠죠? 어떤 동기로 입문하게 되셨는지 궁금하네요.

    ◇안은숙(수필)= 글 쓰시는 분들 가운데 전공자들이 많은데, 비전공자들 중에서도 뛰어난 감성과 탁월한 감각으로 글을 쓰시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그분들을 보고 비전공자인 저도 용기를 내어 글을 쓸 수 있었죠.(전공을 여쭤봐도 될까요?) 전공은 교육학이고, 학교에서 기술가정을 가르치고 있어요. 사실 저는 2015년 ‘실천문학’을 통해 시로 먼저 등단을 했는데요. 관계를 맺고 하나하나 이치를 깨달으면서 사물이든 자연이든 사람이든 모든 것들에게 귀를 기울이게 됐고, 그것을 시와 수필로 써 내려가고 싶었습니다.

    ◇최병철(시)= 전 거창한 이유는 아니고요, 어느 날 딸을 데리러 도서관에 갔는데 문화센터에 시 창작교육과정이 있더라고요. 그곳에서 ‘샘시’ 동아리 회원들을 만나 시를 접하게 됐습니다. 결정적으로 나도 시의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가 돼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이영옥 시인의 ‘왕버들 상회’라는 시를 읽고 나서였어요. 아름다운 시적 묘사와 사물을 통해 인간과 사회현상에 대한 통찰, 그 바탕이 되는 사유의 힘을 느끼면서 그런 사고와 인식을 하는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거든요.

    ◇김서연(소설)= 저도 비슷한데요, 늦은 나이에 우연히 문학모임에 참석했다가 소설이라는 장르에 호기심이 생겼어요. 그때부터 무조건 읽었던 것 같아요. 잡식성으로 읽다 보니 특별히 좋아하는 작가라기보다 작품의 장단점을 보는 눈이 생기더라고요. 헤밍웨이의 문체나 커트 보네거트식 블랙유머를 선호하게 됐고 이것들이 글 쓰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임채주(시조)= 실수하고 후회하는 모습이 싫어 혼자만의 시간을 종종 갖곤 했거든요. 그때 자연스럽게 독서를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러면서 일기 쓰고 메모하는 게 일상이 됐거든요. 아마 그 습관에서 글 쓰는 게 시작된 것 같습니다. 관심을 가진 후 이숙례 선생님의 ‘달빛아래 관음’, 박권숙 선생님의 ‘시간의 꽃’ 등 필사를 계속하면서 시조의 운율과 내용을 익혔어요.

    ◇김은경(동화)= 저는 대학에서 국문과를 전공했지만 글 쓰는 것에 큰 흥미는 없었는데요, ‘어린이 책 만드는 사람들’ 카페에서 운영하는 ‘동화창작모둠’에 들어가 공부하면서 글 쓰는 재미를 알게 됐어요. 학원에서 아이들에게 논술을 가르치면서 아이들을 많이 대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동화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 것 같아요. 특히 유은실 작가의 ‘만국기 소년’을 읽었는데 가슴이 벅찼습니다. 제가 알던 동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거든요. 새로움에 이끌려 동화라는 창작의 세계에 풍덩 빠졌습니다.

    ◆정민주= 신춘문예 당선을 고대하셨을 텐데요. 경남신문에 원고를 보내게 된 계기와 당선전화를 받았을 때 그 기분을 설명해주세요.

    ◇안은숙= 저는 원고를 경남신문 한 곳에만 보냈는데 당선이 됐습니다.(일동 놀람) 운명인가 봐요. 당선 전화를 받았을 때 교사식당에서 동료 선생님들이랑 점심을 먹고 있었거든요. 가만히 일어나 뒷걸음질 치면서 전화를 받았는데, 정말 기쁜데 주변에 알리지는 못하겠고, 심장이 두근두근 요동쳤어요. 이어서 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더 이상 먹지 않아도 될 만큼의 포만감이 들었어요. 정말 밥 안 먹어도 배가 부르던데요?

    ◇김서연= 저는 아들이 진해에서 해군으로 복무 중이어서 창원에 와본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혹시라도 당선이 되면 아들 얼굴도 볼 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선을 알려주셨을 때 광화문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있었는데요. 버스 안이어서 자제했지만 정말 소리라도 지르고 싶을 만큼 기뻤습니다. 제가 옳다고 누군가 손을 번쩍 들어준 기분이었어요. 공들인 창작물이 인정을 받았다는 건 엄청난 에너지니까요.

    ◇최병철= 저는 솔직히 좀 폼 나게 등단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7년 동안 신춘문예에만 응모를 했죠. 세 번 정도 최종심에 오르더라고요. 그래서 재능이 좀 있나 보다 싶었는데(웃음) 지금 생각해보면 부족해서 떨어진 거죠. 최종심에 오른 게 동력이 돼서 계속 신춘문예를 놓지 못하고 꾸준히 쓰게 됐죠. 지난 몇 해 겨울만 되면 우체국에 다니면서 신춘문예에 응모를 하니 우체국에서 제 얼굴을 알 정도였어요. 당선전화를 받으면 막 흥분되지 않을까 했는데, 생각보다 담담하던데요? 아마 잘 믿어지지 않아서, 실감이 나지 않아서 차분했던 것 같아요. 당선소감을 보내달라는 연락을 받고서야 실감이 났어요.

    ◇김은경= 저도 신춘문예에 응모하려고 대봉투를 열 묶음쯤 썼을 거예요. 8년 동안 계속 보냈거든요. 열심히 글을 써서 응모했는데, 등단의 기회를 얻지 못해서 늘 짝사랑하는 기분이었습니다. 막상 당선됐다는 전화를 받고 너무 놀라서 한참을 멍하게 있었어요. 그리고는 힘든 순간이 지나가면서 눈물이 주르륵 나더라고요. 인생에서 가장 기쁜 날 중 하루였어요. 당선 전화를 받고 기쁜 마음이 컸지만 걱정이 되기도 했어요. 내가 준비가 된 건가, 어떤 글을 써놔야 할까 하는 걱정요. 그래서 그 전화를 받은 후 매일같이 도서관에 출퇴근하며 글 쓰는 데 주력하고 있답니다.

    ◇임채주= 지난해 다른 언론사에서 최종심에 올랐다가 떨어졌거든요. 그래서 올해 최종심에 올랐다는 전화를 받고 또 당선되지 못할까 봐 계속 휴대폰만 쥐고 있었어요. 신춘문예에 응모해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기다리는 게 엄청 초조하더라고요. 다시 전화를 주신다고 하셨는데 그새를 못 참고 신문사에 전화하기도 했다니까요.

    ◇김은경= 사실 저도 처음에 스팸전화인 줄 알았어요. 너무 놀라서요.(웃음) 그보다, 저는 극적으로 응모한 사연이 떠오르는데요.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이 다 등단을 해서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원고를 수정하고 있는데 마감 전날 프린터가 고장 나서 출력이 안 되는 거예요. 올해도 신춘문예는 내 것이 아니구나 하고 마음을 비웠는데 남편이 막힌 잉크를 입으로 빨아들여서 프린터를 고쳐줬어요. 그 덕분에 응모를 할 수 있었고 당선작으로 뽑혔으니, 이 자리를 빌려 남편에게 꼭 고맙다고 말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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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민주=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떤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으신가요? 또 가장 무섭거나 힘이 되는 독자는 누구인지도 말씀해주세요.

    ◇김서연= 그냥 보이는 단면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오래 들여다봐야 발견할 수 있는 진실을 찾아내고 싶어요. 불확실함 속에서 진실을 찾는 과정이 작가의 몫이 아닐까요? 백민석 작가가 말했듯 가장 소중한 독자는 저 자신인 것 같아요. 내 글에 가장 엄한 잣대를 들이댈 수 있는 게 저니까요.

    ◇최병철= 독자에게 좋은 시가 아닌 시적 성취도를 높이는 시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사물이나 현상에서 출발해 상상의 내면에다 자신의 세계를 내면을 그려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동호회 ‘시우리’ 회원들뿐만 아니라 제 시에 관심을 갖고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이 시를 쓰는 데 큰 힘이 됩니다.

    ◇임채주= 시조는 운율에 맞춰진 작품이어서 독자가 보기에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요. 이해인, 정호승 시인이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쉽게 읽히고 상통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잖아요. 저도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시조를 쓰고 싶습니다.

    ◇안은숙= 많은 철학자들이 존재에 대해 명명해요. 저도 지금 존재를 찾아가고 있는 과정에 있고요. 많이 어수선하고 어려운 이 시기에 가장 힘없고 낮은 곳에 있는 분들에게 희망을 주는 글을 쓰고 싶어요. 존재하기 위해 글 쓰는 것이 아니라 존재함을, 존재를 사유하게 하는 진솔한 글을 쓰고 싶어요. 존재를 일으키고 세우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저도 김서연씨와 같이 제 자신이 가장 무섭고 소중한 독자인 것 같아요. 글을 쓰는 주체지만 제 글이 마음에 들지 않고 감동이 없다면, 그 글은 다른 사람에게도 읽히지 않을 테니까요.

    ◇김은경= 저에게는 중학생이 된 딸이 제일 냉정하고 고마운 평론가예요. 부족한 부분과 좋은 부분을 콕 집어 말해주는데 그게 곧 아이들의 시각이니까 많이 도움을 받죠. 거창하게 어떤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단지 어린이들이 제 동화를 읽고 웃고 위로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방법은 하나밖에 없네요. 동심으로 돌아가 책을 읽고, 동화를 묵묵히 쓰겠습니다.

    ◆정민주= 인터뷰에 성실히 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아쉬우신가 봐요. 자리를 못 떠나시네요.

    ◇김서연= 기차 시간이 아니면 더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 텐데요. 아쉽습니다.

    ◇최병철= 벚꽃 피는 봄에 놀러 오세요. ‘신춘문예’ 동기들에게 제가 맛있는 음식을 한턱 쏘겠습니다.

    ◇김은경= 저희 연락처 다 알려주실 거죠?

    ◇안은숙= 경남신문과 인연을 맺게 되어서 제겐 큰 행운이었어요. 경남신문 출신 신춘문예라는 이력이 부끄럽지 않도록 더욱 문학에 정진하겠습니다.
     
    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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