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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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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영국 런던 (1)

우중충한 날씨마저도 사랑스러운 도시

  • 기사입력 : 2017-01-25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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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 방학을 맞아 유럽 배낭여행을 가는 대학생들이 많을 것이다. 나 또한 25살 첫 번째 배낭여행을 유럽으로 떠났다. 대학교 졸업반이 되면서 나는 너무 막연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중학교로 가듯, 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교. 내 앞에는 늘 정해진 과정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나에겐 정해진 과정은 없었다.

    그런 나에게 ‘여행’이란 처음엔 ‘희망’의 의미였다. 먼 곳으로 떠나보면 나를 좀 더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막연한 생각으로 여행을 준비했다. 여행자금을 모으기 위해 6개월 동안 20번 이상의 공모전에 도전했고 아모레퍼시픽 마케팅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공모전과 인턴으로 약 300만원의 돈을 모았다. 내 청춘의 땀과 열정이 담겨 있는 돈이었고 처음으로 내가 직접 목적을 위해 번 돈이었다.

    여자 혼자 첫 배낭여행으로 유럽만한 곳은 없는 것 같다. 그중에서도 특히 내 마음속에 가장 꿈꾸던 나라가 있었으니 바로 ‘영국’이었다. 여행지를 찾으면서 나는 런던아이와 빅벤이 있는 사진을 보았고 꼭 저곳에 실제로 가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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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산한 모습의 아침 트리팔가 광장.

    그렇게 약 300만원의 돈으로 두 달가량의 유럽 배낭여행을 준비했다. 항공권은 100만원 이하로 구입할 수 있었다. 4개월 전에 미리 구입을 하고 각 항공사의 프로모션을 잘 이용하면 저렴한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다.

    여행 중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나는 착륙 직전 창문을 열고 내가 여행할 나라의 모습을 바라볼 때라고 하고 싶다. 나는 저녁에 도착했는데, 상공에서 바라본 영국 야경을 잊을 수가 없다.

    유럽여행을 하면서 영국 in(영국으로 입국하는 것)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히드로 공항은 입국심사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나도 긴장을 많이 했는데 대다수의 질문이 불법체류자를 고르기 위한 질문이었다. ‘How long will you stay in UK?’ 머무는 기간과 ‘Why you visit?’ 방문 목적, ‘Is there anyone living in the UK?’ 영국에 아는 사람이 있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론 ‘Ticket out of the UK’ 영국을 떠나는 티켓을 보여 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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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영박물관.
    여기서 주의할 점은 방문 목적은 ‘Trip’ 여행이고 영국에 아는 사람이 있어도 없다고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민박이나 잘 알려지지 않은 숙소를 잡았어도 가장 유명한 호텔, 호스텔 이름을 미리 적어 놓고 입국카드에 호텔명을 적는 것이 좋다.

    나는 ‘아스터 빅토리아’ 호스텔에 묵었는데 대학생들 사이에서 유명한 호스텔이다. 핌리코역에 하차해 영국 고유의 하얀 주택가들 사이에 위치한 호스텔이었다. 여행을 할 땐 블로그나 책보다 훨씬 좋은 정보를 얻는 방법이 있다. 바로 ‘호스트’에게 물어보는 방법이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 호스텔 인포메이션에 대영박물관이랑 빅벤, 런던아이로 가는 방법을 물었다. 그는 ‘24번 버스’를 추천했다.

    이후 나도 누가 물어보면 꼭 추천하게 된 런던의 ‘24번 버스’. 런던 2층 버스에 대한 환상이 있었는데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런던 풍경이 신기했다. 24번 버스는 마치 런던 시티투어 버스 같았다. 트리팔가 광장, 웨스터민스터 사원, 빅벤, 런던아이, 대영박물관, 캠든마켓, 프림로즈힐을 모두 거쳐 가는 버스다.
     
    아침 런던은 한산했다. 빨간버스, 블랙캡, 런던아이, 빅벤, 웨스터민스터 사원을 한눈에 볼 수 있었는데 마치 런던의 모든 것을 다 담고 있는 듯했다. 첫 번째로 향한 곳은 대영박물관이었다. 영국은 박물관, 미술관이 모두 무료입장이다. 대영박물관 오디오 가이드는 5파운드를 주고 이용할 수 있다.

    대영박물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로제타스톤은 큰 돌상 표면에 3단으로 나뉘어 형태가 다른 글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이 로제타스톤을 통해 고대 이집트 문자 체계의 비밀을 밝혀낼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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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스터민스터에서 바라본 런던아이.

    한국관에선 재밌는 일이 있었다. 한국관엔 한복과 한옥이 전시돼 있었는데 한 외국인 아주머니께서 나에게 다가오시더니 ‘Are you Korean?’이라고 물어보셨다. 이야기를 해 보니 아주머니는 10년 전에 이라크에서 영국으로 이민을 온 역사 선생님이었다. 그녀는 한국을 정말 좋아하고 한복이 너무 예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물어보는 것이 한국에 가면 다들 저런 옷(한복)을 입는지, 한국의 집들은 다 한옥처럼 생겼냐고 묻는 것이었다.

    나는 한국도 아파트가 있다고 말했고 그녀는 꼭 한번 한국에서 직접 한옥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유럽 배낭여행을 떠나기 전 나는 캘리그래피 엽서를 만들어 갔다. 내 나라의 문자로 외국인들과 소통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한글과 한국 전통 그림을 직접 그린 엽서였는데 나의 이 엽서는 이라크 아주머니께 처음으로 전달됐다. 아주머니는 한글도 너무 예쁘다고 말씀하시며 꼭 소중히 간직하겠다고 말씀하셨다.

    대영박물관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가면 ‘코벤트 가든’이 나온다. 실외 아웃렛으로 영국의 작은 상점들이 줄지어 있는 거리이다. 코벤트 가든에서 가 볼 만한 곳은 위타드 홍차, 벤자민 장난감 가게, 무민숍, 쉑쉑버거 등이 있다. 위타드 홍차에선 시음도 할 수 있었는데 위타드 주인장 할아버지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며 홍차를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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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드로공항 착륙 전 바라본 영국 야경.

    런던 야경을 보기 위해서는 웨스터민스터 역에서 하차하는 것이 좋다. 빅벤과 웨스터민스터 사원 야경을 볼 수 있고 다리를 건너면 바로 런던아이가 나온다. 대관람차 ‘런던아이’에서 런던 전경을 한눈에 바라보며 하루를 마감했다. 잔잔한 불빛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여행 첫날 느꼈던 런던은 ‘친절하다’, ‘맛이 없다’, 그리고 ‘예쁘다’, ‘우중충하다’였다. 영국 음식은 맛이 없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피쉬앤칩스와 부리토, 햄버거를 먹었는데 햄버거도 맛이 없을 수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하지만 어느 식당엘 가도, 길을 물어봐도 모두가 미소 띤 모습이었다. ‘Sorry’라는 말이 입에 붙은 것 같은 친절함이 신기했다. 또한 영국의 날씨는 악명이 높은데 대부분의 날이 우중충했다. 하지만 영국의 예쁜 거리는 그 우중충함마저 사랑하도록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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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TIP

    ① 런던아이는 사이트에서 미리 예약을 하면 할인이 된다.(19파운드) 런던아이에 오르기 전 옆 건물에서 3D 영상을 관람한 후 대관람차에 오른다.

    ② 대영박물관에서 꼭 봐야 할 작품으로 로제타스톤, 람세스2세상, 라마수석상, 이집트관, 미라관, 그리스관, 파르테논관, 한국관을 꼽을 수 있다.

    ③ 24번 버스를 이용하자. 24번 버스 노선: 트리팔가 광장(내셔널 갤러리), 웨스터민스터 사원(빅벤, 런던아이), 대영박물관, 캠든마켓, 프림로즈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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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지은

    △경상대 국문학과 졸업

    △커뮤니티 ‘여행을 닮은 인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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