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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동 복국거리 - 김주경

  • 기사입력 : 2017-01-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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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어의 공갈빵 같은 뱃속이 궁금했을까

    울컥 치미는 생목 시큼하게 뱉어놓고

    새벽녘 복국 골목으로

    스며드는

    저 사내



    망할 놈의 세상을 백번도 더 죽이고

    다시 살린 지난밤 치열하게 달리던

    불콰한 얼굴 군데군데

    술독이 번졌다



    독은 다시 독으로 풀어야 한다고

    파랑이는 비린 속 뜨겁게 다독이며

    아침이 또 일어선다

    한 그릇 국물의

    힘으로

    ☞ ‘망할 놈의 세상을 백번도 더 죽이고/ 다시 살린 지난밤’이라니,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지 싶습니다. 작품 속의 화자(話者)처럼 우리는 지금 이런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에. 쌓이는 울분과 속 터지는 일이 하도 많아 도저히 마시지 않을 수 없는 한잔의 술에 기대어 말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시인은 복국 골목으로 스며드는 한 사내를 자세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비린 속을 뜨겁게 다독이고자 한 그릇의 국물의 힘으로 일어서는 아침이 있다고.

    복어의 종류는 300여 종이 훨씬 넘는다는데, 무엇보다 복어는 간의 해독작용을 강화하고 숙취의 원인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복어를 한자로는 하돈(河豚)이라 하는데, 배를 부풀린 복어의 모양새가 뚱뚱한 돼지를 닮은데다, 부풀어 오른 배를 이용해 돼지 우는 소리를 내기 때문이라고 한답니다. 그리고 복어의 ‘복’자는 행운과 관련이 있고, 돼지 역시 금전을 상징하는 동물이니, 복어는 이래저래 행운과 풍요와 번영을 기원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참에 우리도 가까이에 있는 오동동 복국거리에 가서 복국을 먹고 나면 꽉 막힌 속도 시원하게 뚫리고 따라서 행운은 덤으로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설날에 고향을 찾는 친구들과 함께 오랜만에 기분 좋게 한잔을! 그리고 복국 한 그릇까지 나누는 따뜻한 날이 되기를 바랍니다. 정이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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