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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구찜 - 정영선

  • 기사입력 : 2017-02-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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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질게도 질긴 년

    남의 속 불 질러 벌겋게 뒤집어 놓은 년

    소매 걷고 한판 붙을 수도

    뼈째 오득오득 물어뜯어 갋아 줄 수도 있지만

    어휴, 내 입이 더러워질까 봐

    고상한 품위 떨어질까 봐 참는다, 참아

    뼈다귀 달라붙은 물컹한 껍데기살 주제에

    질기디 질긴 자존심에

    까칠함이라니

    어쭈, 잘린 반쪽 턱관절 모로 돌려 비웃는 배짱이라니

    그래, 내가 졌다 졌어

    ☞ ‘아구’는 아귀란 표준어를 지니고도, 옛날에 뱃사람들이 잡아서 다시 바다에 던져버렸다는데, 그때 텀벙텀벙 소리가 난다고 하여 물텀벙이라고도 불린다고 합니다. 이 ‘아구’로 만든 음식이 전국에 걸쳐 명물화되어 있는 곳은 많습니다. 인천, 군산, 부산, 서울에 이르기까지. 그러나 무어라 해도 말린 아구로 만든 우리 고장의 마산 아구찜이 그야말로 원조 격일 게입니다.

    이토록 아주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인 ‘아구찜’이 소재가 되는 작품 속의 시어들은 대체로 사납기(?)조차 합니다. 하지만 정영선 시인이 끌고 가는 시상(詩想)은 낯섦보다는 ‘아구’를 의인화시켜 정겨움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옆에서 얄미운 짓거리를 하는 사람이 있지만 대놓고 싸우기도 뭣하고, 아닌 말로 고상한 품위 떨어트려 가며 한통속이 될까 봐 그냥 넘어가 주려니 속이 상하는 상태를 아주 차지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아구의 사실적인 모습을 담아내어 읽는 재미가 쏠쏠하기까지 합니다.

    그대도 설날에 먹은 기름진 음식이 지겨웠다면, 또 그동안 아니꼽고 치사한 일이 있어 속이 많이 부글거렸다면, 오늘은 오동동에 있는 아구찜거리로 나서 보시길 바랍니다. 매콤하고 화끈한 아구찜을 땀 뻘뻘 흘려가며 먹고 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서입니다. 정이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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