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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가짜뉴스와 반기문 불출마- 양영석(뉴미디어부장)

  • 기사입력 : 2017-02-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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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미국 대선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 후보를 지지한다’는 가짜뉴스(fake news)가 페이스북을 통해 퍼지면서 미국 대선판을 흔들었다. 이 허위사실은 페이스북에서 96만 건이나 공유되며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가짜뉴스란 허위 정보를 사실처럼 보이도록 기사 형식을 빌려 페이스북·트위터 등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유포되는 것으로, 실제 뉴스와 비슷해 보여도 특정 정치인·정파를 음해하는 성격이 있는 사이버 범죄의 일종이다. 가짜뉴스는 전달 속도가 워낙 빠른데다 파급력도 크기 때문에 각종 선거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아무리 정정 보도자료를 내고 해명을 해도 한 번 퍼진 유언비어는 ‘팩트’로 굳어버린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 희생양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다. 반 전 총장을 겨냥한 가짜뉴스의 대표적 사례가 ‘반기문, 한국 대통령 출마는 유엔법 위반 UN 출마 제동 가능’ 제하 기사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신임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 결의 위반을 들어 전임자인 반 전 총장의 출마에 반대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으나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짜뉴스의 파장은 엄청났다. 여권 내 대권주자 지지도 1위인 반 전 총장을 겨냥한 기사는 최초 보도 직후 인터넷상에서 급속도로 유포됐고, 급기야 일부 야권 정치인들이 이를 인용해 반 전 총장에 대한 공세에 활용하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허위보도도 문제다. 반 전 총장이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 봉사활동을 할 때 자신이 턱받이 앞치마를 하고 누워 있는 할머니에게 미음을 먹여 봉사수칙을 어겼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꽃동네에서 요청한 대로 한 것으로 밝혀졌다.

    반 전 총장은 선친 묘소를 참배할 때 물려야 하는 술을 마셔 제례절차를 어겼다는 ‘퇴주잔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인터넷상에는 반 전 총장이 묘 앞에 앉자마자 음복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돌았지만 확인 결과 음복 장면만 잘라 편집한 것이었다.

    이런 악의적인 보도로 한때 대선주자 중 지지율 1위를 기록했던 반 전 총장은 귀국 후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돌입했지만 오히려 지지율이 하락하는 등 곤욕을 치르다가 결국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우리는 ‘국가기관에 의한 여론 조작’이라는 아픈 기억을 잊지 않고 있다. 2012년 국가정보원 소속 심리정보국 소속 요원들이 인터넷에 박근혜 후보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고 야권 후보를 비방하는 게시글을 남김으로써 제18대 대선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민의를 왜곡하고 여론을 조작하는 행위는 선거 공정성을 해치고 사회 전반에 심각한 갈등을 유발시킨다. 실제 국정원 대선 개입사건 이후 야권과 시민단체에서 대선 볼복 움직임이 일어나 정치가 마비되고 경제는 발목이 잡히는 등 한동안 온 나라가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이 불출마 이유로 인격 살해에 가까운 음해와 가짜뉴스를 언급한 만큼 가짜뉴스·허위보도의 진원지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언론과 SNS의 자성이 있어야 한다. 나아가 조작된 뉴스를 생산하지 말고 자정능력과 감시 기능을 강화해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 바란다.

    양영석 (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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