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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특검과 검사의 차이점- 서민(단국대 교수)

  • 기사입력 : 2017-02-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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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수 특검의 인기가 뜨겁다. 주말과 설 연휴를 가리지 않고 일하는 성실성도 국민들을 감동시켰지만, 이재용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저돌성은 역대 어떤 검찰에서도 보기 힘든 덕목이었다. 게다가 모든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했던 김기춘과 장황한 동문서답으로 보는 이들의 혈압을 올린 조윤선을 구속시키는 치밀함도 갖췄으니, 이런 특검을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궁금증이 생긴다. 도대체 이들은 어디서 뭘 하다 갑자기 나타났을까? 특검을 맡은 박영수를 검색해보니 다음과 같은 경력이 뜬다. 서울지검 강력부 부장검사, 대통령 민정수석 사정비서관, 대검 중수부장,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 요직이란 요직은 다 거쳤다. 이런 질문을 해보자. 1999년부터 10년간, 즉 이분이 검찰의 핵심 요직에 있던 그 시기 검찰의 신뢰는 어땠는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금 특검이 받는 환호의 100분의 1도 받지 못했던 것 같다. 그 시기 검사들은, 지금 검사들이 그러는 것처럼, 청와대를 비롯한 권력의 실세에게 한없이 약했고, 삼성을 필두로 한 재벌들에게 순한 양처럼 굴었다.

    그랬던 그들이 특검으로 발탁되자 갑자기 공명정대하게 일을 처리하는 건 무슨 연유일까? 추측컨대 더 이상 얻을 것이 없기 때문이리라. 우리나라에선 대통령이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을 임명한다. 높은 곳에 오르고 싶은 검사라면 청와대의 뜻을 거스르기 힘들다. 그리고 우병우처럼 능력 있는 검사가 청와대에 들어가 검찰수사에 간섭한다. 설령 검사에게 권력형 비리에 대한 수사의지가 있다 해도 제대로 수사하기가 쉽지 않다. 특검은 다르다. 박영수 특검은 2월 말까지로 예정된 임기가 끝나면 다시 본업인 변호사로 복귀한다. 대통령에게 잘 보여봤자 아무런 혜택이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특검이 일을 잘 하는지 국민들의 관심이 높으니, 정치적 고려 없이 오로지 법의 잣대로만 죄의 유무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특검은 박수를 받는다.

    그 값어치를 하고 있긴 하지만, 특검은 매우 비싼 조직이다. 검사 옷을 벗고 다른 일을 하던 분들이니, 특검팀에 차출할 때 그에 걸맞은 월급을 줘야 한다. 사무실 임차료까지 계산하면 120일을 기준으로 했을 때 특검을 위해 쓰는 돈은 25억원가량이다. 이건 모두 국민의 세금으로 지불된다. 아깝지 않은가? 우리가 검사를 뽑아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주는 이유는 법질서를 바로 세워 달라는 취지에서다. 검사가 제 역할을 한다면 최순실 게이트는 시작도 하기 전에 뿌리가 뽑혔을 테고, 특검이란 조직도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검사들이 일을 제대로 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검찰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도록 인사권을 독립시켜 주면 된다. 대통령이 행사하는 인사권을 검찰 인사위원회가 행사하도록 하자는 얘기다. 그리고 청와대에 검사를 파견하는 악습을 없애면 된다. 일부 그렇지 않은 검사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검사는 수사를 잘해서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싶어 하니, 이 정도 제도적 뒷받침만 된다면 신이 나서 일을 할 것이다. 이 쉬운 일을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검찰을 자기 편으로 만들고 싶은 대통령의 욕심 때문이다. 검찰을 시켜서 자기를 괴롭히는 상대방을 잡아넣는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검찰의 인사권 독립에 찬성하다가, 막상 대통령이 되면 반대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헌재에 의해 탄핵이 인용된다면 조만간 대통령선거가 열릴 것이다. 각 후보마다 화려한 공약을 내세우겠지만, 가장 눈여겨봐야 할 것이 바로 검찰의 인사권을 법으로 보장하는지 여부다. 물론 대통령이 된 뒤 마음이 바뀔 수 있으니, 공약에 다음과 같은 사항도 집어넣어야 한다. 취임 후 1년 내에 인사권 독립 공약을 지키지 않으면 물러나겠다고 말이다. 좀 심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것만 기억하자.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서 민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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