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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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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말 소쿠리 (33) 박상, 맛베기, 칩다

  • 기사입력 : 2017-02-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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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 : 저 점빵 앞에 깡정 봐라. 맛있겄다. 그 (곁)에 박상도 있네. 요새 칩다 아이가. 그라이 깡정 맨들어 파는 갑다.

    △서울 : 네가 ‘깡정’이라고 말한 ‘강정’이 담긴 봉다리가 있고 그 옆엔 쌀튀밥이 있네. 그렇다면 ‘튀밥’이 ‘박상’이야? ‘칩다’는 또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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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 하모. ‘튀밥’이 ‘박상’이다. 쌀이나 보리 등 곡숙(곡식)을 튀긴 걸 경남에서는 ‘박상’이라 캤다. 옛날 장날에 박상 튀길 때 장사(장수)가 “귀 막아라” 카고 나면 “뻥!” 소리가 나더라 아이가. 박상은 그대로 묵기도 하지만 깡정을 마이 맨들었다. 설 앞두고 박상에 조청을 옇어가 깡정 맨들어 친척들하고 이바구하면서 무다 아이가. 깡정은 ‘강밥’, ‘깡밥’이라 카기도 했다. 김해 장유의 외갓집에 가면 외할매가 꼭 챙기주시더라꼬. 맛베기로 하나 달라 캐가 무우보까? 그라고 ‘칩다’는 ‘춥다’의 경남말이다.

    △서울 : ‘맛베기’는 또 뭐야? 그리고 지금도 장유에 외갓집이 있어?

    ▲경남 : ‘맛베기’는 ‘맛보기’의 경남말이다. 외갓집 동네는 장유 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아파트 단지가 돼다. 그 바람에 우리 어머이가 실향민이 되다 아이가. 집이고 논밭이고 개굴창(개울)이고 정자나무고 다 없어지다. 저번에 차 타고 창원 오는 질(길)에 어머이가 고향 동네 쪽을 바라보심시로(바라보시면서) “동네 사람들 다들 어데 사는고…” 카시더라꼬. 전에는 북한이 고향인 사람들과 수몰민들만 실향민인 줄 알았는데 어머이맨치로 도시 개발로 인한 실향민도 데기 많겄다 카는 생각이 들더라꼬.

    △서울 : 고향이 사라진다는 건 누구에게나 슬픈 일이야. 이웃집 사람 얘기로 창원공단의 한 회사 내에 오래된 느티나무가 있는데 공단 조성 전에 그 공장 터에서 살았던 동네 사람들이 매년 모여 행사를 한다고 하더라. 그나마 마을의 정자나무라도 남아 있으니 다행이야.

    ▲경남 : 니나 내나 고향이 그대로 있으니 얼매나 좋노. 깡정 맛베기 무우로 가자. 허철호 기자

    도움말= 김정대 경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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