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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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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주 기자의 영화 읽기- 라이언(감독: 가스 데이비스)

25년 만의 기적 같은 귀가
25년 전 기억 찾아 가족 찾는 여정 그려

  • 기사입력 : 2017-02-06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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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끔 영화보다 영화 같은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줄 때가 있다. 영화 ‘라이언’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스토리가 관객에게 뭉클함을 선사한다는 입소문을 타고 6일 현재 영상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다양성영화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라이언’은 2017년 골든글러브 4개 부문, 2017년 아카데미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을 뿐만 아니라 세계 언론으로부터 ‘반드시 눈물 흘리게 될 영화’(시카고 선타임즈), ‘실화만이 낼 수 있는 강한 울림’(스크린 데일리) 등 극찬을 받으며 흥행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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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1986년 인도 중부의 부란푸르의 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다섯 살인 소년 ‘사루’(써니 파와르)는 형 ‘구뚜’와 함께 허드렛일을 하고 어린 여동생을 돌보며 살고 있다. 사루는 입에 풀칠하기 힘들 만큼 가난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가족과 함께여서 행복하기만 하다. 형을 따라 일터에 나선 사루는 우연히 혼자 탄 기차에서 잠이 드는데, 그 기차는 집에서 1680㎞ 거리, 29시간이나 걸리는 서부 캘커타(현재의 콜카타)에 사루를 내려놓는다. 서울에서 부산을 두 번 왕복할 만큼 먼 거리에 고작 다섯 살배기 아이가 홀로 남겨졌으니, 그 과정이 순탄할 리 없다.

    낯선 기차역에 남겨진 사루는 보고 싶은 엄마와 형을 애타게 불러보지만 설상가상 힌디어를 쓰는 사람이 없어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사루는 갈 곳 잃은 어린이들이 나쁜 사람들에게 끌려가는 모습을 본 후 필사적으로 도망친 끝에 미아보호소에 들어간다. 이후 사루는 7600㎞ 떨어진 호주의 한 가정으로 입양된다. 양부모의 사랑으로 장성한 사루(데브 파텔)가 대학원에서 인도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서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배려심 많은 양부모 밑에서 자란 것을 행운으로 여기는 사루이지만 인도에 있는 가족에 대한 갈망과 미안한 감정이 조금씩 퍼진다. 그러다 한 친구가 무심코 던진 ‘구글어스’로 전 세계를 볼 수 있다는 말에 어린 시절 형과 걷던 철로와 마을 풍경 등 머릿속 기억을 총동원해 퍼즐을 맞추기 시작한다.

    원작은 인도계 호주인 사루 브리얼리의 자전소설 ‘집으로(A Long Way Home)’. 영화는 실제 사루가 겪었던 일들을 순차적으로 보여주며 사건의 개연성을 설명하는 일에 충실하다. 이 과정에서 시골마을의 따뜻함과 캘커타의 화려함을 교차시켜 영상미를 자랑한다. 또한 ‘발리우드’의 전매특허인 음악과 율동을 적재적소에 보여주며 단조로움을 피하고 있다. 발리우드는 봄베이와 할리우드의 합성어로 인도 영화산업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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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의 압권은 배우의 연기력에 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 주연으로 눈도장을 찍은 데브 파텔은 복잡미묘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또한 양어머니를 연기한 니콜 키드먼은 입양아를 자녀로 둔 엄마의 심정을 진정성 있게 소화했다는 평을 받았다. 어린 사루를 연기한 소년 써니 파와르는 데뷔작임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놀라운 연기를 선보인다. 큰 눈망울에 고향에서 뛰놀던 해맑은 소년의 모습부터 대도시에서 끊임없이 쫓기는 모습, 양부모를 위로하는 속 깊은 모습을 모두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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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해외입양아들이 성장한 후 친부모를 그리워하는 마음과 양부모에 대한 미안함 사이의 갈등을 표현하려 꽤 오랜 시간을 할애한다. 같이 인도에서 입양됐지만 적응하지 못한 형 ‘만토쉬’를 통해 입양아가 피부색이 다른 가족 사이에서 정체성을 고민하는 문제를 관객이 고민하도록 여지를 남기고 있다. 난임부부가 아님에도 세상에 도움이 필요한 아이에게 ‘살아갈 기회’를 주고 싶어 인도 출신 아이들을 입양한 존과 수 부부의 가치관도 퍽 인상적이다. 친부모보다 더욱 절절한 모성애로 아이를 보듬고 가족의 구성원으로 성장시키는데, 이를 통해 현대의 가족에 대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어서다.

    영상·음악·연출 등 뛰어난 작품성과 민감한 아동실종, 해외입양을 다뤘다는 점에서 수작임은 틀림없으나, 서양인의 관점에서 인도에서 벗어난 사루가 수혜를 받은 대상으로 그려지고 해외입양의 반짝이는 점만 부각했다는 점은 아쉽다. 해외입양을 가장 많이 보내는 나라에 살고 있는 관객으로서 이 영화가 해피엔딩임에도 마냥 감동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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