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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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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접 - 김시탁

  • 기사입력 : 2017-02-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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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거운 삶은 상처가 있다

    찢어지고 부러진 상처가 있다

    상처가 상처끼리 만나고 헤어지는 일

    살과 뼈가 녹는 고통 없이는 안 될 일이다



    산소절단기로 강철을 자르고

    용접봉을 녹여 부러진 쇠들을 붙인다

    생살이 타고 뼈가 녹는 비명소리

    매캐한 연기가 나고 뜨거운 불꽃이 튄다



    한 번도 자신을 녹여

    찢어진 상처를 때워보지 못한

    절단된 사랑을 이어보지 못한 용접공 김 씨

    조선소 갑판 위에서 용접을 한다



    상처가 상처를 보듬는 일

    낯선 상처끼리 접 붙는 일

    제 살 녹여보지 않으면 모를 일이다

    ☞ 그대도 잘 알고 있듯이 세계적으로 바다를 끼고 있는 부강한 나라는 조선·해운업이 발달하였습니다. 우리나라도 내로라하는 그 대표국이었습니다. 천혜의 조건을 가진 우리 고장 거제, 마산, 진해에는 크고 작은 조선소가 터를 잡았고, 골리앗이라 불리는 거대한 크레인을 까마득히 올려다보며 자랑스러워도 했습니다. 지금은 불황인 STX가 그랬고 대우, 삼성, 성동조선 등등이…. 이 뜨거운 삶의 현장에는 그대의 친구가 있었고 용접공 김 씨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매캐한 연기와 씨름하면서도 찢어진 상처를 때우듯 절단되고 부러진 쇠를 잇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불꽃이 일지 않는 갑판과 해체되는 크레인이며 팔려나가는 기계들을 망연자실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그들의 상처를 우리가 보듬어야 합니다. 며칠 전에는 한진해운 파산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자신의 상처나 절단된 사랑을 이어보지 못한 용접공 김 씨의 가족이, 그나마 밥은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디에선가 선물처럼 구인난에 허덕인다는 구직광고가 마구 쏟아져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지는 까닭입니다. 정이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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