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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탐방] 5. 렛츠고

(5) 다섯 번째 다방, 렛츠고

  • 기사입력 : 2017-02-10 14: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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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에게는 네 살 터울이 나는 남동생이 하나 있는데, 어릴 적 그 아이의 방은… 모든 식구들이 까치발로 조심조심 들어가야 했던 '지뢰밭'이었다. 레고 때문이었다. 동생은 꽤 나이를 먹을 때까지 레고 마니아로 살았다. 늘 레고 블럭이 바닥에 어질러져 있었고, 실수로 그것을 밟기라도 하면… 두 눈에서 눈물이 쏙 빠졌다. 식구대로 비명을 한 번씩 질렀으나 끝내 동생에게 블럭을 깔끔하게 치우는 버릇을 들이지는 못했다.

    하지만 세월은 훌훌 흘렀고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수많은 레고 블럭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동생도 직장인이 되어 집을 떠났다. 가끔 동생과 레고를 가지고 놀던 시절을 떠올리곤 하는데, 그것은 꽤 유쾌하다. 블럭과 블럭이 아귀가 딱 들어맞을 때의 쾌감이란. 그리고 시즌별로 출시되는 레고 세트(남동생이 애지중지 하던 레고로 항공모함, 해적선, 소방서 같은 것들이 있었다)는 여자인 내 눈빛도 묘하게 달라지게 만들 만큼 멋진 구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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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카페에 들어서서 하게 되는 첫 번째 행동은 뭘까. 앉을 자리를 찾거나, 메뉴를 고르거나. 하지만 레고카페 '렛츠고'에 들어서면 곧바로 앉거나 메뉴판을 들여다보기가 조금 어려울 거다. 기자가 그랬으니까. 레고로 만들어진 환상적인 디오라마가 카페 가운데 펼쳐져 혼을 쏙 빼놓는다. 때문에 처음엔 오해도 많이 받았다.

    "오픈하고 얼마동안은 뭐하는 곳인가 하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다들 장난감 가게라고 생각하고 지나 다녔데요." '렛츠고'의 조영훈(34) 대표가 레고카페를 기획해 연 것은 2015년 4월. 기자는 조 대표 또한 동생과 비슷한 부류, 즉 유년시절 레고를 만진 이력이 있는 마니아로 짐작했다. 하지만 조 대표가 레고를 처음 접하게 된 곳은 의외의 장소였다. "직장 다닐 때 술자리에서 옆 테이블 손님들이 하는 이야기를 우연찮게 듣게 됐어요. 레고를 가지고 놀았던 이야기가 아니라, 레고로 재테크를 했던 경험들을 나누고 있었어요. 순간 귀가 솔깃했습니다." 다음 날부터 조 대표는 '레고의 세계'로 본격 입문했다.

    이것저것 정보를 알아보고, 출시되는 레고를 선별해 하나둘 사 모으기 시작했다. 특히 단종 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리즈를 집중적으로 샀다. 10개 씩 사서 한 두개 정도는 보유하고, 나머지는 단종 된 뒤 웃돈을 주고 파는 방식을 취했다. 단종 된 레고 세트는 즉시 2~3배 씩 가격이 뛰었다. 어린이 날이나 명절에는 수요가 갑자기 늘었고,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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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고까페 '렛츠고' 조영훈(34) 대표.

    사실 조 대표도 처음엔 '이까짓 장난감이 뭐라고…'하는 생각이 컸다. 하지만 레고 시리즈를 하나둘 모으고, 판매과정에서 레고를 '금처럼 옥처럼 여기는' 마니아들을 만나게 되면서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본업은 선박제조회사에서 품질관리 업무를 봤어요. 일 하면서 레고를 재테크 수단으로 해서 지낸 기간이 1년 반 정도 됩니다. 처음엔 팔아서 돈 만질 궁리만 했었는데, 점점 레고에 대해 애착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레고를 기반으로 하는 특별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그러던 2015년 초, 소위 '이색카페'라는 이름을 달고 레고를 주제로 한 카페들이 전국적으로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서울이나 대구 등지에 생긴 레고카페를 탐방한 뒤에는 자신감 같은 것이 생겼다. "그 곳에 진열된 레고들 보다 제가 보유한 것들이 훨씬 희소가치도 높고 볼거리가 될 만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때부터 제가 갖고 있던 레고를 하나둘씩 조립하기 시작하고 공간을 구상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음료에 대해 연구도 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창원 중앙동에 경남 최초의 레고 카페 '렛츠고'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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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렛츠고'에 진열된 레고 시리즈 가치 총액은 8000만원을 호가한다. 애초 출시에는 10만원 대였으나 점차 가격이 올라 지금은 1000만원 대를 호가하는 제품들도 있다. 스타워즈 시리즈, 모듈러 시리즈, 시티 시리즈, 테크닉 시리즈 등 각 시리즈에 속한 레고 완성품들이 두루 전시되어 있고, 아이를 동반한 가족단위, 레고 마니아와 동호회가 많이 찾는다. 희귀한 레고를 물어 물어 구하러 오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카페 입구에는 유리로 된 큰 진열장이 하나 있었는데, 특별히 조 대표가 아끼는 레고를 전시한 일종의 '특별전시관'이었다. 먼저 '자유의 여신상'. 단종 된 지 20년이 지났고, 당시 18만원이 정가였지만 지금은 900만원 선에서 거래된다. '자유의 여신상'은 국내에도 보유한 사람이 몇 없을 것이라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타지마할'은 2010년에 발매됐는데, 데이비드 베컴이 소장했다고 알려지면서 40만원에서 500만원 선으로 값이 뛰었다. 카페 한 가운데는 직접 짠 진열장이 놓여있고 시청, 펫샵, 소방대, 파리의 레스토랑, 카페코너 등 모듈러 시리즈가 대거 전시돼 있다.

    각종 건물을 주제로 하는 '모듈러 시리즈'는 레고 시리즈 중에서도 단연 인기가 많다. 이외에도 카페 곳곳에 숭례문, 샤넬 매장, 피사의 사탑, 오페라 하우스, 비틀, 심슨 저택, 맥도날드 매장 등이 앙증맞은 모습(어떤 것들은 사실 앙증맞기 보다는 웅장하게도 느껴진다)으로 이목을 끌고, 모터를 달고 움직이는 열차와 크레인 등 테크닉 시리즈도 화려하다. 천장 곳곳에는 레고로 만든 항공모함과 비행기, 애드벌룬이 떠 있다.

    또 조 대표가 일일이 수천 개의 기병과 보병 피규어를 수집해 영화 '반지의 제왕'과 '스타워즈'(출정하기 전에 병사들이 사열한 엄청난 장면이다. 분명 레고는 작은 장난감인데, 뭔가 거대해 보인다)을 연출한 진열대도 즐거운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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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력 포인트
     
    별다른 제재수단 없이 완성된 레고들을 전시해 두다보니 어린이 손님들이 이것저것 만지다 부수기도 한다고 했다. 실제로 기자가 카페를 방문했을 때, 조 대표는 에펠탑(어마어마한 크기였다)을 다시 만들고 있었다. 누군가가 만지다가 망가뜨렸다고 한다.

    망가진 것은 다시 조립하면 되니 문제가 아닌데, 어떤 손님들은 레고 조각이나 피규어를 만지다가 슬쩍 주머니나 가방에 넣어 훔쳐가는 얌체 짓도 한단다. 그래서 손님들이 직접 레고를 만지고 뭔가를 만들 수 있도록 블록을 따로 비치해뒀다. 직접 손으로 뭔가 만들어보는 기쁨을 맛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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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메뉴
     
    생 자몽에이드(5,000원). 시럽을 전혀 쓰지 않았다. 자몽 하나를 통째로 갈고 탄산을 넣었다. 달지 않고 시원한 느낌이 강하다. 특히 여성 손님들에게 인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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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치 및 영업시간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87-7
    오전11시~오후10시30분
    매월 둘째·넷째 일요일 휴무
     
    글=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사진=성승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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