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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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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곳만 절개' 단일공 로봇수술

배꼽 주위 1곳 1.5~2㎝ 절개하는 수술
3곳 이상 절개하는 일반 수술과 차이
전립선 수술 첫 적용… 외과 등 확대

  • 기사입력 : 2017-02-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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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훈(왼쪽) 교수가 단일공 최신식 로봇수술기로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수술을 받아야 하는 여성들의 경우 수술 경과뿐만 아니라 수술 이후의 삶의 만족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흉터를 최소화하는 로봇수술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세계 최초, 아시아 최고의 수식어가 붙는 국내 의료진들의 뛰어난 로봇수술 실력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3곳 이상을 절개하던 로봇수술 방식에서 1곳만 절개하는 단일공 로봇수술로 한층 더 발전하고 있다.

    로봇수술을 가장 먼저 적용한 나라는 미국이다. 지난 2000년 미국은 의료분야에서 로봇수술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적용된 수술은 남성의 전립선 수술이었다. 우리나라 역시 2005년 비뇨기과의 남성전립선 수술을 위해 도입했다. 남성 전립선 수술에서 시야가 굉장히 좋고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사람의 손이 닿기 어려운 위치의 수술이 많은 외과,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등에서도 전반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다.

    로봇수술이라고 해서 로봇이 하는 수술만은 아니다. 수술에 정통하고 사람의 장기와 수술에 적합한 방법을 찾아줄 의료진이 반드시 필요하다. 로봇수술은 수술기구가 로봇의 팔에 달려있으며, 의사가 콘솔이라는 조작기를 통해 수술을 한다. 복강경 수술과 흡사하게 환자의 배에 천공을 한 다음에 그 안에 기구를 넣어서 수술을 하는데 이때 사람 대신 로봇 팔을 고정해 의사가 원격조종을 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움직임이 없어서 보다 더 정교한 수술이 가능해진다. 많은 수술이 복강경의 방식에서 불안정성을 제거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인데 그 대표적인 것이 로봇수술이다.

    창원경상대학교병원이 지난해 3월 도입해 화제가 됐던 최신식 수술로봇인 다빈치Xi는 현재 출시된 로봇수술기 중 최고의 성능을 지닌 제품이다. 고화질 3차원 HD영상으로 수술부위 혈관과 신경 하나하나를 세밀히 구분해 내고 로봇 팔은 손보다 더 큰 각도로 꺾여(177도) 기존의 수술이 어려웠던 부위까지 접근 가능하다. 같은 해 10월 단일공 수술 장비를 이용해 유착을 동반한 좌측 난소의 자궁내막증 환자와 임신 14주 크기의 자궁선근종 환자의 수술에 성공했다. 이는 국내 최초로 부인과 단일공 로봇수술(Xi-Single-site)을 시행한 사례로 이후 수술을 받은 단 한 명의 환자도 개복수술 전환 없이 회복했다.

    단일공 로봇수술은 3곳 이상을 절개해야 하는 일반적인 로봇 수술과 달리 배꼽 주위 1곳을 1.5~2㎝ 절개하는 고난도 수술법이다. 복강에 난 한 곳의 절개 부위를 통해 모든 기구가 들어가다 보니 화면으로 보이는 입체감과 움직임의 공간성이 떨어지며, 수술을 위한 기구도 장기를 잡아주는 지지력이 일반적인 로봇수술(multi-site)보다 약하다. 이에 웬만큼 복강경수술에 능한 의사들도 시행하기 어려운 수술방법이다.

    로봇수술은 집도의가 로봇 팔을 빌려 진행하는 수술이라 복강경 수술경험이 얼마나 풍부한가에 따라 안전성과 치료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최신의 수술로봇과 경험이 풍부한 집도의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면 환자의 입장에서는 치료 방법의 선택 폭이 그만큼 넓어지는 셈이다. 특히 그동안 큰 수술을 위해 서울로 원정진료를 가던 지역의 환자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희소식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로봇을 이용한 부인과 수술은 특히 가임기 여성의 자궁 근종 및 난소 종양의 치료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한다. 자유롭게 움직이는 로봇 팔로 자궁 깊숙하게 있는 자궁근종이나 기존 복강경으로 접근이 힘든 위치의 자궁근종을 정확하게 절제하고 정교한 봉합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난소 종양의 경우도 확대된 3차원적 시야와 정교한 로봇 움직임으로 보다 많은 난소 조직을 보전할 수 있다.

    단일공 로봇수술은 작은 공간에서도 주변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정교한 절개가 가능하다. 다른 수술에 비해 통증도 적고 장 기능도 빠르게 회복돼 환자의 회복이 다른 수술에 비해 빠른 편이다. 일반 수술에 비해 흉터가 작을 뿐 아니라 임신을 위한 자궁, 난소 등의 장기 손상도 적어 병원으로 특히 젊은 가임기 여성들의 문의가 많다. 특히 젊은 여성들의 경우 수술방법을 정하기 전 가임력 보존을 위한 충분한 상담과 효율적인 치료 방법들을 병원으로부터 안내 받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로봇수술이 가장 많이 적용되는 부인과 질환은 자궁근종이다. 자궁근종 절제술은 자궁을 보전하면서 근종만 절제한 후 정확하고 정교하게 봉합하는 게 핵심이다. 자궁근종의 크기가 크거나 위치가 깊을 경우 복강경 수술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향후 임신을 할 경우 자궁 파열 위험이 뒤따를 수 있다. 그동안 자궁근종 환자가 미혼 여성일 경우 개복수술을 선택하는 사례가 많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로봇을 이용한 단일공 자궁근종 절제술은 수술 시 집도의의 미세한 손 떨림까지도 잡을 수 있어 보다 세밀한 봉합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술 후유증 및 합병증을 극소화할 수 있다. 거기에 수술 흉터도 작아 거의 눈에 띄지 않는 미용적 이점까지 누리게 된다.

    그동안 부인암의 수술적 치료를 위해 개복술이나 복강경수술이 시행됐으나 최근 로봇수술을 시행받는 부인암환자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부인암 수술 시 로봇을 이용하면 수술 시야가 더 넓어지고, 확대되며, 선명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림프절 절제나 자궁방 조직 절제와 같은 고난도 수술을 할 때 합병증, 신경 손상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이점이 있다. 부인암 중에서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초기 난소암이 로봇수술의 대상이 된다.

    향후 부인과 로봇수술의 미래는 의료진의 숙련도가 높아지면서 분명히 기존 수술의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많은 여성 환자들이 수술을 받고 나면 수술 부위 유착이나 재발로 인해 힘들어한다. 부인과 수술은 골반 안에서 이뤄지다 보니 특히 시야 확보가 쉽지 않다. 과거에는 손을 통해 유착분리를 했고 복강경 수술이 발전하면서 기구를 사람의 손을 통해 수술을 하게 됐다. 이제는 로봇을 통하면서 시야 확보는 물론이고 정밀한 움직임이 보장돼 안전성은 높아졌다.

    이 병원 산부인과 이정훈 교수는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의 로봇이 수술에 접목될 것으로 본다. 수술하는 사람으로서 환자에게 가장 좋은 방법을 찾고 이 같은 기술의 변화에 빠르고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항상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준희 기자 jhlee@knnews.co.kr

    도움말 = 이정훈 창원경상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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