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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경칩은 우리의 밸런타인데이다- 주외숙(대한미용사회 경남지회장)

  • 기사입력 : 2017-02-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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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말을 외국어로 정확하게 전달하기 힘든 것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시원하다’이다. 이 말은 신선한 바람이 운동의 땀을 식혀줄 때도 쓰고, 속풀이를 위해 뜨거운 국이나 탕을 먹을 때도 쓰고, 따뜻한 목욕탕 물에 몸을 담그거나 아픈 통증이 사라질 때도 사용한다. 이처럼 ‘시원하다’는 말은 피부의 외면적 청량감과 내면적 희열감, 피로와 고통의 대리적 만족감을 모두 포괄하는 속 깊은 말이기에 외국인들이 이해하기가 힘들다.

    우리 행동도 외국인이 이해하기 힘든 것 역시 많다. 인사를 할 때, 서양인들은 손을 내밀어 악수만 하지만 우리는 먼저 허리를 굽혀 등도 보이고 그 이후에 악수까지도 한다. 이는 우리의 언행이 서양에 비해 단순하기보다는 복합적이고, 직설적이기보다는 간접적이고, 대면적이기보다는 내면적인 DNA가 크다는 것이다. 이러한 민족적 성향 때문인지 우리는 내면성이 강한 여성일수록 좋아하고 아름답게 본다. 이상한 것은 내면적인 것에 대한 반대급부인지, 서양에 비해 속박된 여성이라는 배려인지 남성을 선택할 수 있는 공식적 빈도는 높다.

    대표적인 날이 로마 그리스도교의 성인 발렌티누스의 순교를 기리는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다. 여성이 남성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구혼을 해도 용인하는 서양의 관습이지만, 이제는 우리 여성들도 기억하는 날이고 사탕이나 초콜릿을 받지 못한 남자들은 ‘닭 쫓는 개’ 모양의 날이다.

    두 번째는 조선시대 농서 ‘사시찬요’에 의한 경칩(驚蟄)이다. 이날은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고 봄이 오는 길목이기에 사람에게도 춘정이 인다고 해서, 부부는 대보름날 구해두었던 암수은행을 나누어 먹고 백년해로를 다지고, 처녀 총각들은 저녁에 동구 밖에 있는 암수은행 나무를 돌며 사랑의 정을 확인한 우리의 전통이다.

    세 번째는 여인의 정절을 절대 가치로 삼았던 사녀(士女)들의 보름날 탑돌이다. 이날은 밤새워 탑을 도는데 남녀가 세 번만 눈이 맞으면 사랑의 결실이 이루어지는 기회로 알았다. 고려시대에는 흥복사요, 조선시대에는 원각사며, 이제는 탑골공원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곳의 탑돌이가 세조대는 너무 문란하다 해서 조정의 문제가 되기도 했다.

    네 번째는 까마귀와 까치가 하늘로 올라가 오작교를 만들어 견우와 직녀를 위해 만남의 회포를 풀게 하였던 칠월칠석날이다.

    서양이나 우리나 여성이 남성에게 사랑을 확인하고 고백하는 날에 비슷한 공통분모가 있다. 서양은 2월 14일이 되면 동면에서 깨어난 조류가 발정을 시작하는 날이라는 속설이 있고, 우리는 동지로부터 74일쯤 되고 양력으로 3월 5일인 경칩은 동면하던 동물이 활동하기 시작하는 날이라는 것이다. 우리 여성이 서양보다도 남성을 선택할 수 있는 공식적 횟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저출산이 국가문제로 대두되고 것은 참 이상하다. 만일 우리 DNA를 살린 전통혼례를 한다면, 경칩의 아름다운 세시풍습을 살린다면 백년해로의 부부면허증도 받고 아이도 잘 키울 수 있는 부모면허증 시대가 열리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주외숙 (대한미용사회 경남지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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