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18일 (목)
전체메뉴

[세상을 보며] 격화소양(隔靴搔痒) 고성군 AI 유감- 김진현(통영고성본부장·이사 대우)

  • 기사입력 : 2017-02-14 07:00:00
  •   
  • 메인이미지


    ‘고성군’ 하면 생각나는 게 있다. 공룡이다. 근 3년을 주기로 열리는 공룡엑스포로 인해 경남 고성은 공룡의 도시로 불린다. 공무원 강제 동원이니, 실익이 없니, 적잖은 비판이 나오지만 브랜드 네이밍 하나만큼은 합격점을 줘도 무방하리라 본다. 또 하나는 동계시즌이면 몰려드는 전지훈련 팀들로 나타나는 스포츠 마케팅 효과다.

    여기에 싫은 단어가 하나 더 있다. AI다. 어김없이 찾아온다. 이로 인해 받는 고통은 공룡엑스포에 비할 바가 아니다. 2015년에 이어 2016년에도 어김없이 AI는 고성을 할퀴었다.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26일 고성을 덮친 AI는 오늘로 51일째 진행 중이다. 찬 공기가 슬슬 사라지는 이달 말이 AI사태의 고비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2015시즌 살처분한 오리 닭 기러기가 14만9000여 마리에 비용이 16억8900만원이었다. 이번 시즌 현재까지 살처분한 오리 닭이 5만7700여 마리에 비용은 4억3700여만이 들었다. AI 근무를 위해 동원된 공무원도 지난 시즌 2597명, 이번 시즌엔 지금까지 연인원 2933명이 동원됐다. 이 또한 비용이 따른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공무원들은 1~2주일에 한 번꼴로 파견 근무를 한다. 한 번은 상황시에서, 한 번은 초소에서. 이로 인해 생기는 업무공백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다.

    여기서 한번 짚어 보자. 과연 AI를 천재지변으로만 생각할 수 있는지. 왜 같은 일에 반복해 당하는지. AI 침범 루트가 어떻게 다른지. 구제역에 AI에 수년간 기사를 쓰지만 답답하다. 왜 못 막을까. 지난해 AI를 대비하고 AI 사태 후 진두지휘한 그 인원 거의 대부분이 그 자리에서 올해 AI 침범을 당했다. 꼭 같은 방법으로 예방하고 대비하다 당했고 똑같은 방법으로 AI확산방제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열심히 했는데 웬 질타냐 할 수 있다. 격화소양(隔靴搔痒)이라고 했다. 신을 신은 채 가려운 발바닥 긁는다는 말이다. 애쓰기는 했는데 요긴한 곳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이제는 짚어 봐야 한다. AI 대비가 잘되고 있는지. AI가 침범하면 살처분하고 보상하고 이런 것 외에는 다른 대책이 없는지. 고성군이 정말 AI에 대비해 완벽할 만큼 연구를 하고 대비하고 있는지. 혹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군수가 선거법 위반으로 중요한 재판을 받는 시점, 그래서 윗사람들의 관심이 소홀해져 점검이 느스해진 탓에 계속해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도 생긴다.

    대량으로 키우건 몇 마리만 키우건 기자가 만난 조류 사육 농민들은 한숨에 눈물을 뿌린다. “대책을 내놔야지 AI만 오면 죽이래. 싹 쓸어 죽이는 거 말고 방법이 없다면 그게 무슨 대책이야. 그건 나도 할 수 있어. 어떻게 키운 오리고 닭인데 그냥 죽이래. 죽이는 사람들 트라우마 생긴다고 올해는 공무원들 동원도 안 하고 인력을 사서 한데. 내가 키우다 죽는 내 새끼 같은 오리 닭 죽는 꼴 보는 우리 마음은 어떻겠어. AI 원인을 제공한 농가에는 벌을 주든지. 화가 나서 말이 안 나와….”

    AI에 구제역에. 고성군 공무원들은 겨울만 되면 특근 노이로제가 걸린다. 이번 여름 어떻게 대책을 세우는지 지켜보자. 운영하는 사람을 바꿔 보든 대책을 바꿔 보든, 아니면 무식한 말로 아예 오리 닭을 키우지 말건, 뭔가 하지 않으면 다가올 연말이나 내년 초 AI가 정겹다며 고성군을 다시 찾아들지 두려워진다.

    김진현(통영고성본부장·이사 대우)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진현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