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19일 (금)
전체메뉴

[촉석루] 봄이 오는 소리- 이명자(김해문화의전당 사장)

  • 기사입력 : 2017-02-15 07:00:00
  •   
  • 메인이미지

    살면서 몸으로 체득한 진리 하나가 있습니다. 겨울이 아무리 추워도 봄을 이기지 못하고, 여름이 아무리 더워도 가을을 이기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이치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종종 생각합니다. 우리가 다 아는 너무나 당연하고 원래 그런 것 중에서 실제 그렇게 느끼면서 사는가 하는 것입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면 따뜻한 봄이 오고, 여기저기 꽃이 만발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선 추운 것에 못 견뎌 하는 것이 우리네 삶입니다.

    한 스님이 봄을 찾아 짚신이 다 닳도록 헤맸다고 합니다. 하지만 봄은 끝내 찾지 못했고, 집으로 돌아오니 뜰 한편에 핀 매화를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옛이야기가 전해옵니다.

    벨기에의 극작가 마테를링크의 동화 ‘파랑새’가 주는 교훈도 그렇듯이 이 이야기가 주는 메시지는 행복과 깨달음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마음에 달렸다는 것일 겁니다.

    이렇듯 세상은 지금 내가 서 있는 그 자리가 최고의 자리라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늘 지나치던 길이었는데, 문득 고개를 들어 보니 저만치 개나리가 피어 있습니다. 또 퇴근길 들른 시장에는 냉이, 달래와 같은 봄나물이 조그마한 소쿠리에서 봄 내음을 폴폴 풍기고 있었습니다.

    봄은 벌써 우리 곁에 와 있었습니다. 잿빛 일색이던 산의 자태도 연녹색을 띠며 옷을 갈아입을 채비를 갖췄고, 비록 아침저녁으로 큰 기온차이지만 햇살 가득한 오후에는 따스함이 몸을 녹입니다.

    이렇듯 봄은 온다는 소식도 없이 이렇게 와 있었던 것입니다.

    이번 주말에는 둑길을 걸어봐야겠습니다. 졸졸 흐르는 물소리와 둑길 새싹을 보면서 ‘산 너머 조붓한 오솔길에 봄이 찾아온다네, 들 너머 고향 논밭에도 온다네’를 흥얼거리며 ‘봄이 오는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아직은 아지랑이 속삭이는 소리까지는 듣지 못하겠지만, 앙상한 나뭇가지에 물이 차오르고 싹들이 대지를 뚫고 올라오는 봄의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이명자 (김해문화의전당 사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