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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동물 복지와 구제역- 이상규(정치부장)

  • 기사입력 : 2017-02-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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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의 지능은 얼마나 될까. 반려동물인 개와 고양이는 사람이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자신을 싫어하거나 좋아하는지 용케 알아낸다.

    인간 다음으로 지능이 높은 동물은 코끼리, 돌고래, 침팬지, 개 등이 꼽힌다. 최근 원숭이와 개는 ‘사회성이 낮은 사람’을 외면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교토대학 비교심리학 교수 제임스 앤더슨 연구팀은 최근 꼬리감는원숭이(Capuchin monkey)와 개를 동원한 실험을 통해 이들도 특정 인물의 반사회적 행동을 포착하는 능력과 이러한 인물을 기피하는 성향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꼬리감는원숭이와 개가 타인을 배려하는 행동을 하지 않거나 불공정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기피하며 이들로부터 먹이를 받아먹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와 같은 행동 양상은 인간 아기와 유사한 부분이 있다. 앤더슨 박사는 “인간 아기 또한 어떤 인물의 반사회적 행동을 보면 특정한 감정적 반응을 보이곤 한다”고 전했다. 일부 과학자는 원숭이와 개의 지능이 사람 아이 정도 되지 않을까 추측한다.

    올해도 구제역이 발생했다. 구제역 대란이 발생한 지난 2010년에는 소와 돼지 350만마리가 살처분됐다. 당시 살처분에 나섰던 공무원과 축산농가는 동물을 살처분한 뒤 심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트라우마)를 겪었다. 특히 구제역 발생 농가를 중심으로 500m에서 3㎞ 이내에 있던 농가는 발생 농장에서 일정한 거리 안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어쩔 수 없이 예방적 살처분을 했는데 이에 따른 정신적인 충격이 컸다. 오랫동안 아침저녁으로 밥을 주고 정들여 키운 가축을 자신의 손으로 생매장해야 했기 때문에 죄책감을 느껴 우울증을 앓기도 했다. 급기야 강화에선 한우 40마리를 살처분한 여성 농민이 자살을 한 사건도 발생했다.

    살처분 충격으로 농가와 공무원 등이 트라우마에 시달리자 최근엔 전문업체가 이 일을 맡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나 구제역이 발생할 때마다 동물 학대라고 할 수 있는 끔찍한 사육환경이 거론된다. 닭은 A4 용지 한 장 크기(0.062㎡)도 되지 않는 케이지 속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돼지는 ‘스톨’이라고 불리는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작은 우리에 가둬 키운다. 스톨의 크기는 가로 60㎝, 세로 210㎝ 정도다. 운동 능력이 퇴화한 어미돼지는 풀어줘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소 역시 사육밀도가 돼지에 비해 낮긴 하지만 평생 비좁은 곳에서 생활해야 한다.

    이런 사육환경에서 동물이 병에 걸리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소나 돼지는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항체 형성률이 떨어진다. 밀식 사육이 전염병 확산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체득한 유럽은 1960년대부터 인도적 사육환경을 조성하자는 ‘동물 복지’ 개념을 도입됐다. 이후 영국은 1980년대 광우병과 구제역 파동을 겪으면서 동물 복지농장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우리나라도 한때 동물복지 인증 직불금 시행이 검토된 적이 있지만 부처 간 이견으로 시행되지 못했다. 농가는 밀식사육을 하면 면역력이 떨어지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경제성 때문에 풀어서 키우지 못한다. 이러한 때 정부에서 멀리 보고 법으로 사육공간을 늘리도록 강제화한다면 구제역도 잡고 국민 건강까지 챙길 수 있지 않을까. 덤으로 동물 복지도 높이고.

    이상규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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