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19일 (금)
전체메뉴

[촉석루] 학교 공간에 대한 생각- 박진희(김해 봉명중학교 교감)

  • 기사입력 : 2017-02-16 07:00:00
  •   
  • 메인이미지

    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나를 보며 웃으면서 “너는 얼마나 공부를 못하면 40년이 넘게 학교를 다녔는데 아직도 학교를 다니고 있느냐”고 묻는 이가 있다. 배우는 학생에서 시작해 교사까지 15개 정도의 학교를 거쳤지만, 학교의 모습은 언제나 네모 반듯한 형태로 중앙현관을 중심으로 좌우로 적당하게 배치된 실(室)과 운동장이 전부였다.

    이런 정형화된 학교에서 과연 학생들이 자유로운 사고를 통한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으며, 과연 그 안에서 다양한 배움이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부터 앞선다. 학교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공간이나 한꺼번에 많은 수의 학생들을 통제하기 쉽게 만들어진 곳은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깨어 있는 동안 가장 오랜 시간 머무는 곳이 정작 그들을 위한 공간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작년 자유학기제 주제선택활동 중 목공예 시간을 편성해 학생들로 하여금 직접 학교 내 쉼터 공간을 꾸밀 수 있는 기회를 줬다. 학부모로부터 지원받은 폐팰릿을 가지고 학생들 손으로 직접 드릴로 구멍을 뚫고, 나사를 박고, 사포질 해 의자며 탁자, 책꽂이를 만들어 부족하나마 자신들의 휴게공간을 완성해 가고 있다. 그곳에 앉아 편하게 수다를 떨고 있는 학생들은 무척 행복해 보였고, 학교에 어떤 공간이 더 있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편하게 누워 있을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한다. 해맑게 웃던 학생들을 떠올리며 하루빨리 그 답에 답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손님이 오면 가장 먼저 청소를 하고 학생들의 출입을 금지시켰던 중앙현관은 더 이상 손님들을 위한 전시용 공간이 아닌 학생들의 쉼을 위한 공간으로 바뀌고, 마냥 하얗기만 했던 복도 벽은 학생들의 의견 제시나 교과 프로젝트 수업에 대한 내용을 공유하는 장으로 바뀌고 있다.

    학교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이 변화의 바람을 타고 학교가 교실에서 일어나는 수업에서의 배움뿐 아니라 학교 안 여기저기에서 자연스럽게 배움이 일어나고, 오롯이 학생들을 위한 삶의 공간으로 재탄생할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박진희 (김해 봉명중학교 교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