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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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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여! 당신 어머니가 없었으면 ‘국부론’도 없었어”

■ 잠깐 애덤 스미스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

  • 기사입력 : 2017-02-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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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 양조장 주인, 혹은 빵집 주인의 자비심 덕분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그들의 욕구 때문이다.’

    주류 경제학의 출발점이 된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다. 당시 애덤 스미스는 모두가 자기 이익을 위해 행동하면, 보이지 않는 손이라도 있는 것처럼 세상이 유지된다고 봤다.

    그러나 카트리네 마르살은 애덤 스미스가 경제학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절반의 답을 찾은 데 불과하다고 일침을 날린다.

    애덤 스미스가 놓친 나머지 절반의 답은 무엇인가. 바로 여성이다. 정치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개인의 이익 추구 본능을 말할 때, 사랑으로 그를 돌봐준 어머니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애덤 스미스가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상인들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의 어머니가 매일 저녁 식사가 식탁에 오를 수 있도록 보살폈기 때문이다. 그의 어머니의 보살핌이 없었다면 ‘국부론’도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애덤 스미스가 구상한 세상은 남성만이, 그리고 남성이 하는 일만이 의미를 갖는 경제에 기초하고 있었다. 경제학이 점점 중요해짐에 따라 이 근본적인 실수는 너무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됐다. 오늘날 여성들이 겪는 성 불평등과 경제적 불안정의 시초가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애덤 스미스가 인간의 모델로 구상한 호모 에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 즉 경제적 인간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면서, 전통적으로 남성성과 동일시하는 문화적 특성을 지녔다. 따라서 호모 에코노미쿠스는 인간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남성에 한정된 모델이 됐다. 이와 반대로 감정, 의존성, 자기희생 등을 여성의 특성으로 모두 몰아넣었고, 여성은 누군가를 위해 희생해야 하는 비경제적인 존재로 규정됐다.

    오랫동안 여성의 노동은 비가시적이고 늘 존재하는 인프라로 간주돼 왔다. 캐나다 국가 통계청의 조사 결과, 무보수 노동이 국가 GDP의 30.6~41.4%를 차지하는 것으로 측정됐다. 30.6%는 무보수 노동을 보수 노동으로 대체하면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들 것인지, 41.4%는 가사노동자가 집안일 대신 다른 노동을 했을 때 얼마나 벌 수 있을지를 기준으로 각각 계산한 것이다.

    굳이 수치로 환산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활동이 경제 성장에 필수적이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한 사회에서 적절한 양육 및 돌봄 체계 없이 양적 성장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따라서 현재 주류 경제학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페미니즘은 필수적이며, 이는 성 불평등부터 인구 증가, 복지 체계에 대한 문제부터 노령화 사회에 닥칠 인력 부족에 이르기까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페미니즘은 ‘여성의 권리 확보’ 이상의 문제에 관한 것이다. 그동안 많은 진보를 거듭하기는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이 변화에 맞춰 새로운 세상에 걸맞도록 사회, 경제, 정치에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작업에 착수해야 하는데, 애덤 스미스의 어머니를 경제학에 포함시키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카트리네 마르살 지음, 김희정 옮김, 부키 펴냄, 1만5000원

    서영훈 기자 float21@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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