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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퍽치기와 암살- 전강준 부국장대우 경제부장

  • 기사입력 : 2017-02-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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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리랑치기, 퍽치기, 암살은 ‘모르는 사람이냐’ ‘아는 사람이냐’, ‘취한 자냐’ ‘아니냐’는 차이다. 아리랑치기는 술에 만취해 거리에 잠들거나 비틀거리는 사람을 부축하는 척하며 지갑이나 귀중품을 훔쳐 달아나는 일종의 소매치기이다. 이때 정신이 번쩍 들지 않는다면 갑작스런 일격은 없다. 퍽치기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추잡스럽다. 술 취한 사람 뒤에 다가가 흉기로 내려쳐 돈과 귀중품을 빼앗아 달아난다. 죽을 수도 있다.

    ▼오래전, 김씨 성을 가진 친구의 퍽치기 얘기는 이렇다. 늦은 시각 마산의 어느 골목길. 한잔한 상태에서 어두운 골목길로 접어들자 뒤에서 “김형 오래만이네”라는 소리에 돌아보는 순간 정신을 잃었다. 벽돌로 보이는 흉기에 머리를 맞은 그는 몇분 후 일어나보니 지갑, 시계 등 모두가 털린 상태였다. “왜 돌아봤냐”는 말에 “김씨라 자신을 부르는 줄 알았다”고 했다. 죽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암살은 여기서 수십 발 더 나아간 잔혹한 죽임 방법이다. 주로 ‘아는 사람’의 지시에 의해 이뤄진다. 퍽치기나 아리랑치기에 당하듯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어떤 방식이든 그 방식에 죽을 수밖에 없다.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살해된 김정남은 한마디 남길 사이 없이 그렇게 세상을 떴다. 권력의 후환이었든, 비자금을 둘러싼 살해든 ‘아는 사람’의 지시인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김정남의 죽음이 이복동생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의 지시였다면 우리 민족의 비극적 행위이다. 조선시대 권력을 잡기 위한 형제 간의 살해는 무자비했다. 귀향살이 가도 찾아가 사약으로 죽음에 이르게 해야 속이 풀렸다. 골육상잔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이런 형제 간을 두고 형제는 단지 어머니의 배를 빌려 태어난 각기 다른 생명체로 풀이한다. 이러니 뭔 큰 우애를 바랄 수 있겠는가. 더욱이 다른 배에서 태어난 이복형제라면 생명을 하찮게 여기기가 오죽 했겠냐 싶다.

    전강준 부국장대우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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