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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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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지나간 시간들을 묻다- 서 휘 (창원문성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7-02-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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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연구실에 비쳐지는 따사로운 햇볕을 즐기다가 괜스레 마음이 허전해져 지나온 인생을 반추해 보았습니다. 눈을 감으니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사소한 일상부터 큰 사건들까지 수많은 기억들이 주마등같이 스쳐 지나갑니다. 그러다 문득 ‘이 정도면 뭐 잘 살아오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곤 또 며칠이 지나 어느 햇살 좋은 토요일 오후, 이젠 제법 머리가 희끗한 - 늘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겠다는 - 아내와 함께 드라이브를 하다가 헛기침하듯이 “지나온 세월 돌이켜보니, 뭐 그냥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드네!”하고 툭 전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더 행복합시다”하며 어깨를 토닥여 줍니다.

    한 번밖에 없는 인생인데 돌이켜보니 나름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스스로의 판단과 이를 인정해주는 사람이 있음에 그저 스스로가 기특하고 고마울 뿐입니다. 이 같은 제 행복의 첫 번째 비결은 ‘가야 할 때 가고, 머물 때 머물러 있을 수 있어야 한다’입니다.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대부분 가야 할 때 머물러 있고 싶고, 머물러야 할 때 가야 할 곳을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비결은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선택을 하라’입니다. 과연 무엇이 유리하고, 무엇이 불리한 선택일까요? 불리한 선택은 대부분 쉽고 재미있어 몰두하게 되지만, 그 일을 계속하다 보면 마음이 괜스레 불편해지는 선택일 것입니다. 반면에 유리한 선택은 대부분 어렵고 힘들지만, 그 일을 계속하면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뿌듯해지는 선택일 것입니다. 그러나 마음이 뿌듯해지는 선택의 경우, 때로는 정의로운 큰 이익을 위해서는 개인의 이익 포기뿐만 아니라 불이익도 기꺼이 감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요즘 광장이 시끄럽습니다. 일부 세력들이 국정 농단을 촛불과 태극기로 상징되는 이념 정쟁으로 몰고 가기 때문입니다. 농단(壟斷)의 뜻이 이익이나 권리를 비열하고 교묘한 수단으로 독점함이니 이편저편이 없어야 할텐데 말입니다. 그럼에도 이를 따르는 세력이 적지 않음에 마음이 답답해집니다. 그들은 거짓 뉴스에 세뇌되었거나, 수오지심(羞惡之心)이 없거나 염치(廉恥)를 모르는 집단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시끄러움의 근본 원인은 가야 할 때 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도자는 가야 할 때 가고, 머물 때 머물러 있을 수 있는 능력을 제대로 갖춰야 합니다.

    내 편은 무조건 고맙고도 좋겠지요. 그러나 내 선택이 나쁜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그 잘못된 선택에 내가 책임이 없다고 대신 주장해주는 사람들을 고맙다고 칭찬해주고 격려해주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요? 농단이란 단어에는 국정의 공익을 나쁜 수단을 동원해 사익으로 독점한다는 뜻이 내포돼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국정 농단이 남의 탓이라며 자신은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자를 변호하거나 광장에서 옹호하는 사람들은 과연 그 일을 계속함에 정말 뿌듯한 마음이 생길까요? 이제는 인정해야 합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스스로가 행한 국정농단의 책임을 과감하게 수용해야 그들이 그렇게 원하는 차후의 새 싹을 틔워낼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의 청문회에서 국정 농단 사건들을 동문서답하듯 회피하는 몰염치한 관련 고위 공직자들의 모습에 화가 납니다. 그리고 수백의 어린 생명이 위험에 처한 그 절박한 순간에 TV 화면에 잡힌, 당시 상황조차 제대로 인지 못하고 엉뚱한 질문을 하는 기가 막힌 모습엔 그저 한숨만 나올 뿐입니다. 이제는 곧 국민들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겠지요. 그래서 기업인 그리고 정치인들이 무엇으로도 본 모습을 가리지 않겠다는 자세로 기업과 국가를 경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서 모든 분들이 지나온 시간을 반추하며 “왼 가슴 툭툭/하늘 보며/지나간 시간들을 묻다/어땠나/음 괜찮았어/그래/그럼 된거지/그래요~/늘 좋은 날!” 이라고 했으면 좋겠습니다.

    서 휘 (창원문성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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