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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지도층 인사가 품위를 잃으면…- 정기홍(거제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7-02-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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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상류층은 ‘신사의 정신’을 생명처럼 중히 여기며 살아간다. 그들이 생각하는 신사는 멋있게 차려입고, 예절을 중시하며, 위급한 상황에서도 언행과 몸가짐이 흐트러지지 않는 것이다.

    영국이 ‘신사의 나라’로 불리고 있는 여러 가지 설 중 하나는 영국은 원래 원주민이 살던 섬나라였으며 당시 야만인이었던 앵글로색슨족이 쳐들어가 나라를 세운 후 다른 민족을 지배해야 했기 때문에 야만인처럼 굴지 말자고 했다. 그때부터 영국의 지배계층은 ‘언행’과 ‘예절’을 중요시했다고 전해진다.

    현대에 들어와서 영국의 신사들이 갖추고 있는 덕목은 ‘품위 있는’ 언(言)·행(行)·정장(正裝),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존중심’이다.

    반면 한국의 국회의원 등 지도층인사들의 언·행이 ‘품위’는커녕 극히 수준 이하인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선거철이 되면 품위는 바닥을 치며 상실된다.

    ‘짐승만도 못한 것’이란 말은 어록 아닌 어록으로 남을 것 같다. 대권주자인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지난 13일 광주·전남언론포럼 초청 토론회에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짐승만도 못한 것’”이라며 다른 당의 대권주자를 맹비난했다. 짐승보다 더욱 심한 표현을 하고 싶은 심정이었어도 국민들 앞에서 원색적인 말을 내뱉는 것은 대권주자의 모습이 아니다. ‘사이다’ 같은 시원함보다는 ‘불안한 내공’이 느껴진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지난달 국회회관에서 주최한 박근혜 대통령 패러디 그림 전시와 관련, 상당수 국민들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공·사 구분을 못하며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 대통령의 잘못된 통치행위는 마땅히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동시에 표 의원도 당 내부 처분이 아니라 국가원수인 대통령의 모독 여부에 대한 법의 심판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대권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언젠가 자신의 형수와 전화로 언쟁을 벌이면서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퍼붓는 녹음내용이 지금도 시중에 나돌고 있다. 감정이 격해지면 욕설도 튀어나오지만 형수씨나 제수에게 또는 사돈댁 사람들에게 욕설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인류의 관습이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지난 16일 ‘성완종 리스트’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일부 ‘양박(양아치같은 친박)’들과 청와대 민정이 주도해 내 사건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양아치’라고 직접적인 표현은 안 썼지만 도지사이자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사람이 쓸 말은 아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을 옆에 두고 국정을 의논했다는 게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에게 화가 치미는 것은 ‘품위’나 ‘교양’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여자에게 늘상 국정자문을 하고, 국정논의를 하며, 국정결정을 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두 사람 모두 유구무이(有口無耳)형 아닌가. 국정질서 문란은 예견된 것이었다.

    조기 대선이 예상된다. 정치인들의 ‘품위 상실’이 일상화될 우려가 있다. 특히 표심에 호소하는 사람들은 한 번 품위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정기홍 (거제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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