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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대선후보의 고향- 김진호 정치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7-02-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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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트남 건국의 아버지 호찌민(1890~1969)은 고향 사람들이 찾아와서 이런저런 청탁을 할까 봐 평소 자기 고향이 어디인지를 밝히지 않다가 죽을 때가 다 돼서야 털어놓았다고 한다. 일본 정치인 요시다 시게루(1878~1967)는 동향 사람이 찾아와 고향 로비를 하자 “나는 내 고향의 정치가가 아니고 일본의 정치가다”라며 호통쳤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연(地緣)이 혈연(血緣), 학연(學緣)과 함께 중요시된다. 정치인에게는 먼저 출생지가 있고, 다음에는 자란 연고지, 정치인으로서 잔뼈가 굵은 정치적 고향 등 고향의 개념이 다양하다. 또 아버지, 어머니의 고향도 넓게는 고향의 범주에 든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선거에 출마하면 ‘○○의 아들’, ‘○○의 딸’ 아무개 후보라는 슬로건이 자주 등장한다. 이렇게 연고를 강조하다 보니 박희태 전 의원은 양산에서 출마하며 양산 내원사는 아내와 사랑이 싹튼 곳이라고 답변을 해야 했다.

    ▼우리나라 정치는 그동안 지역구도가 지배했다. 3김(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이 각각 부산·경남, 호남, 충청의 맹주로 자리 잡으면서 지역별 정당이 할거하는 체제가 구축됐다. 이는 곧 지역감정으로 이어졌고 이들 정치인은 지역감정의 최대 수혜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당 계열 정당의 호남과 구 새누리당 계열 정당의 영남으로 깨지지 않을 것 같은 지역구도는 지난 총선을 통해 크게 해소됐다. 올해 대선과 내년 지방선거에서 지역색은 더욱 퇴색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용운 선생은 오도송에 “사나이 이르는 곳이 고향이다”고 했고, 서산대사도 “눈에 비치는 모든 봄 산이 다 내 고향이로구나”라고 읊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배 부르고 등 따뜻한 곳이 고향이다. 대선후보라면 특정 지역을 방문해 그 지역의 아들딸이라고 강조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나라 걱정 않고 자신의 일에 전념하면서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대선 국면에서 고향과 국가에 대한 제대로 된 시각을 가진 그런 후보를 보고 싶다.

    김진호 정치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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