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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2) 동실조과(同室操戈) - 같은 집 안에서 창을 잡고 싸운다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7-02-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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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까운 사람끼리 싸우는 것은 결국 함께 망하는 길이다. 부자간에 형제간에 싸우면 남들이 그 틈을 파고들어 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적절하게 이간시켜 이용한다. 또 가까운 사람끼리 싸우는 것이 가장 힘들고, 쓸데없는 힘을 낭비하게 되고, 계속 꼬이고 꼬여서 싸움이 확대되면 되었지 쉽게 끝나지 않는다. 길가는 사람이야 한 번 싸워도 다시는 안 보기 때문에 그리 힘든 것이 아니다.

    춘추시대(春秋時代) 정(鄭)나라 대부(大夫)인 서오범(徐吾犯)에게 아름다운 여동생이 있었다.

    정나라 임금 목공(穆公)의 손자인 공손초(公孫楚)와 정혼을 했는데, 이 처녀를 탐낸 공손초의 사촌형 공손흑(公孫黑)이 그 사실을 알면서도 억지로 결혼예물인 기러기를 보냈다.

    사촌간인 왕의 손자 두 사람이 결사코 결혼을 하려고 하자, 서오범은 입장이 곤란했다. 고민하다가 당시 어진 정승인 정자산(鄭子産)에게 도움을 청했다. 정자산은 “당신 여동생이 원하는 대로 따르십시오”라고 했다. 서오범이 여동생에게 자유롭게 남편감을 고르게 했더니, 공손초를 골라 시집갔다.

    화가 난 공손흑은 속에 갑옷을 입고 무기를 감추고서 겉으로 축하하는 것처럼 해서 공손초를 찾아가 공손초를 죽이고 그 아내를 차지하려는 생각을 갖고 갔다.

    이런 음모를 미리 알아차린 공손초가 길에서 기다리다가 창으로 공손흑을 쳐서 상처를 입혔다. 공손초도 나중에 다른 나라로 추방돼 결국 두 집안은 망하고 말았다.

    가까운 형제끼리 싸우다가 나라가 망한 경우가 우리나라에도 많았다. 고구려 연개소문(淵蓋蘇文)의 아들들이 그러했고, 백제 견훤 (甄萱)의 아들들도 그러했다.

    대한민국의 대기업 현대, 롯데, 두산, 한진 등등에서 모두 형제간의 갈등으로 소송을 하기도 하고, 자살하는 사태도 벌여졌다. 역사적으로 형제간 등 가까운 사람들끼리 사이가 나빠져서 잘되는 경우가 잘 없다.

    지금 대한민국은 합법적 권력기관인 대통령과 특검이 대혈전 (大血戰)을 벌이고 있다. 양측을 지지하는 촛불을 든 시위대와 태극기를 든 시위대가 연일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가위 내전 수준이다.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사생결단을 할 각오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재판소대로, 검찰은 검찰대로 심의와 수사를 해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의 관계를 밝히려고 노력하고 있다. 언론은 언론대로 몇 달째 똑같은 내용을 파헤치며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다. 이 모든 행위가 국가 경제나 안보를 위해서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두가 사심을 버리고 하루빨리 내부적 갈등을 해소해 정상적인 국가를 만드는 일을 위해서 노력해야 하겠다.

    * 同 : 한가지 동. * 室 : 집 실.

    * 操 : 잡을 조.* 戈 : 창 과.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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