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보(1~148) 자만심
프로기사들도 이상하게 바둑이 잘 안 풀리는 날이 있다. 이런 날은 행마가 무겁고 손이 빨리 나간다. 마음의 밸런스가 무너지고 집중력이 떨어져서 어려움에 처해 장고할 장면에서도 금방 손이 나간다. 이 판의 구리 9단이 그랬다. 이 바둑은 마지막에 백이 5집 반을 남겼는데 고수의 바둑에서 이 정도면 제법 큰 차이가 났다고 할 수 있다. 전기의 우승자인 구리 9단의 예상 밖의 패배다. 한국 랭킹 26위가 중요한 길목에서 중국의 톱랭커를 무너뜨린 것이다. 이 판의 홍민표는 신들린 듯 잘 뒀고 구리 9단의 행마는 무거웠다.
승부의 고비마다 구리 9단이 내내 속기로 일관한 점도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아마 상대를 얕잡아 본 것이 아닐까? 아무리 강자라도 자만심은 승부세계에서 특히 금물이다.
흑133→흑105
● 9단 구리 ○ 5단 홍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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