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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혼인(婚姻)- 이상권 정치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7-02-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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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윈난성 모수오족은 1500년째 모계사회다. 여성은 13세에 성인식을 치르면 남성을 집에 들일 수 있다. 결혼은 없다. 남성은 밤에 들렀다가 날이 새기 전 ‘달아나듯’ 가야 해 주혼(走婚)이라 한다. 이별은 간단하다. 여성이 문 앞에 빗자루를 세워두면 출입금지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결혼을 중시했다. ‘사람끼리 행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이란 의미로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고 했다.

    ▼결혼(結婚)이라는 용어는 일본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본다. 해석 논란은 있지만 ‘결혼하다’는 말이 성차별이라는 지적도 있다. 맺을 결(結), 장가들 혼(婚)이라는 말 자체가 남성이 장가드는 것만 지칭한다는 주장이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혼인(婚姻)이라 했다. 혼(婚)은 장가(丈家·장인집), 인(姻)은 시집(媤家·시부모집)가는 것을 의미한다. 민법에서도 결혼이라 하지 않고 혼인이라고 쓴다. 혼인서약, 혼인신고 모두 같은 맥락이다.

    ▼용어 탓이라고 하기는 무리겠지만 ‘결혼’에 대한 여성 행복 만족도가 갈수록 떨어진다는 조사가 잇따른다. ‘결혼하면 행복하다’는 질문에 여성은 절반도 안 되는 46%만 찬성했다. 배우자 만족 비율도 남성 71%, 여성 59%로 나타났다. 여성 72%가 현재 남편과 다시 결혼하지 않겠다고 했다. 급기야 결혼에서 졸업한다는 ‘졸혼(卒婚)’까지 등장했다. 가부장적 권위와 남성중심 사회구조 상존을 탓하는 분위기다.

    ▼흔히 부부는 ‘로맨티즘→리얼리즘→휴머니즘’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사랑은 명사가 아닌 동사라는 말이 있다. ‘완벽한 동반자’는 상대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부단한 노력의 피조물이다. 불교 경전 ‘숫타니파타’ 한 구절이다. “만일 그대가 지혜롭고 성실하고 예절 바르고 현명한 동반자를 만났다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리니 기쁜 마음으로 그와 함께 가라. 그러나 그와 같은 동반자를 만나지 못했다면 마치 왕이 정복했던 나라를 버리고 가듯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상권 정치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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