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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좋은 스트레스(eustress) - 김영근 (경남한의사회 사무처장)

  • 기사입력 : 2017-02-22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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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숭이과에 비비라는 동물이 있다. 비비의 세계는 엄격한 위계질서가 있어 먹이가 생기면 우두머리가 먼저 먹고 새끼들은 서열에 따라 먹는 규칙이 있다.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우두머리 비비와 새끼 비비를 철창에 가두고 밖에 다른 비비들은 자유롭게 다니면서 먹이를 먹도록 하는 실험을 했다.

    그런데 먹이를 먹지 못하는 철창 안의 두 비비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먹이를 줄 때마다 우두머리 비비는 미친 듯이 먹이를 먹으려고 했지만, 새끼 비비는 나중에 먹는 습관이 배어 있어 조금도 조급해하지 않았다.

    갈수록 우두머리는 무섭게 날뛰면서 매우 흥분해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스트레스는 더 증가했다. 결국 1년 뒤 우두머리 비비는 암으로 죽고 말았다.

    이 실험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화(火)가 우리 인체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와 심리적 스트레스는 질병의 근원이 됨을 알려줬기 때문이다.

    라틴어 스트링거(sringer)에서 유래한 스트레스(stress)는 ‘팽팽하게 조인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캐나다 내분비학자 한스 셀리에가 이 이름을 처음으로 명명했고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며, 조용한 살인자”라고 했다.

    또한 엘머 케이츠는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않고 1시간 동안 계속 화를 내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에 80명을 죽일 정도의 독소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스트레스는 주로 생체에 가해지는 상해와 자극에 대해 체내에서 일어나는 비특이적인 생물 반응으로 주로 나쁜 면만을 부각시키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적당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강한 성취 욕구를 자극해 삶의 활력소가 된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이 좋은 스트레스를 ‘유스트레스(eustress)’라고 한다.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카렐 박사는 “심신장애가 없는 건강한 사람은 적절한 스트레스를 견디며 인내와 참을성을 배우고 스트레스를 극복하면서 위대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cortisol)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를 해소하는 방법은 자신이 터득해 대처하는 게 바람직하다.

    인생에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다. 목마른 자가 물의 소중함을 알듯이, 얽힌 문제는 결자해지(結者解之)하는 심정으로 풀어야 한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풀리면 좋겠지만 호락호락하지 않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모든 욕망을 다 실현시킬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따라서 내가 이룰 수 없음을 인정할 때는 인정하고 때로는 버리는 법도 배워야 나쁜 스트레스(distress)의 덫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다. 스트레스를 즐길 줄 아는 현명한 지혜가 필요하다.

    김영근 (경남한의사회 사무처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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