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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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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036) 제18화 푸른 기와지붕 사람들 26

“너무 열심히 일하는 거 아닌가?”

  • 기사입력 : 2017-02-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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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준이 그림에 가까이 가서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재미있네요. 그 후에는 어떻게 되었어요?”

    “여자는 세상을 떠돌면서 살았대요. 저는 이 이야기에 감동해서 대나무 위에서 칼을 휘두르는 여자 검객을 그린 거예요.”

    서경숙은 대학생 때 그 그림을 그렸다. 동양화니 풍경을 위주로 그렸고 검녀는 아주 작게 그렸다. 그러나 달을 등지고 칼을 휘두르는 그녀의 모습을 정성 들여 그렸다. 그리고 까맣게 잊고 있다가 갤러리를 오픈하면서 표구하여 전시했던 것이다.

    김병준과 주옥희는 그림에 의외로 관심이 많았다.

    저녁 식사는 인근에 있는 한식집에서 했다. 김영란 법 때문에 식사를 대접받는 것이 불편하다고 했다.

    “친한 사람들끼리 식사도 못해요?”

    서경숙이 어이없어서 물었다 .

    “친구나 친척이라면 상관이 없겠지요.”

    이유정이 말했다.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신 뒤에 헤어졌다. 김병준과 주옥희는 나란히 차를 타고 돌아갔다.

    “김병준씨는 과묵한 사람이네요.”

    이유정이 고개를 흔들었다.

    “검찰 엘리트인 것 같아요.”

    “검찰이 우리나라에서 상당히 문제가 있어요.”

    “무슨 문제요?”

    “검찰이 사건 수사나 재판에만 몰두하면서 법리 해석에 문제가 생긴 거예요. 공부하는 변호사들에게 지는 일도 많을 거고 법을 잘못 적용하는 일도 많을 거예요. 검찰이 법을 잘못 적용하는 일이 많아지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어요?”

    서경숙은 정치를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유정을 보내고 이준석이 기다리는 민사모 사무실로 갔다.

    민사모 사무실에는 뜻밖에 이준석을 비롯하여 청년들이 다섯이나 일을 하고 있었다. 이준석이 그들을 서경숙에게 소개했다.

    “너무 열심히 일하는 거 아닌가?”

    서경숙은 그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었다. 그들은 홈페이지에 민병삼의 동정이나 사진을 올리고 회원 가입 신청을 받고 있었다. 회원이 이미 150명을 돌파했다고 말했다.

    “저희들이 좋아하는 후보라 신나게 할 생각입니다.”

    서명국이라는 이름의 청년이었다. 모두 이준석의 고등학교 동창과 후배들이었다.

    “내가 뭘 도와줄까?”

    서경숙은 청년들을 살피면서 물었다.

    “오늘 소주 한잔 사주십시오. 그러잖아도 촐촐하던 참이었습니다.”

    서명국의 말에 청년들이 일제히 서경숙을 쳐다보았다.

    “좋아요. 삼겹살을 쏠게요.”

    서경숙이 웃으면서 말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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