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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김정남에 관한 중국의 정보력 -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기사입력 : 2017-02-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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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북한 국적의 외교여권을 소지한 김철이라는 사람이 사망했다. 말레이시아와 북한 당국은 김철을 김정남으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 우리 정보당국은 김철이 김정남임을 확신한다. 북한은 해외에서 공작이나 정보사업을 할 때 ‘김철·박철·이철’이라는 가명을 많이 사용한다. 북한 노동당 국제부장 이수용도 스위스 주재 북한대사 시절 이철이라는 가명으로 활동했다. 5분 동안 액체 분사에 의해 쓰러지기까지 김철의 동영상은 누가 보더라도 김정남임에 틀림없다. 사건 발생 후 아직 김정남이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사망했을 가능성을 높여준다. 그러나 김정남 사망 사건은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만약…이라면’이라는 가정법을 전제한다.

    말레이시아 경찰당국은 두 차례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사망자의 신원은 북한 국적의 김철이다. 화학물질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되지만 물질의 종류에 대해서는 계속 확인 중이다. 4명을 체포해서 조사했으며 1명은 곧 석방될 예정이다. 북한 국적의 용의자는 6명이다. 1명은 조사 중이고 1명은 현지에 은둔 중이고 4명은 평양으로 돌아갔다. 북한 국적의 연루자는 2명이다. 1명은 현지 북한대사관 2등서기관이고 1명은 고려항공 직원이다. 여성 2명은 단순 가담자가 아니라 계획된 팀이다.

    김정남 사망 사건에 대한 말레이시아 당국의 접근은 신중하다. 북한 대사관 측에 사망자의 시신 확인을 요청했다. 기본적인 외교적 절차이다. 시신 인도에 대해 유족 우선의 원칙을 강조했다. 국제적인 관습이다. 사망자의 신원을 김정남으로 표기하지 않았다. 북한 정권이 배후라는 직접적인 언급도 없다. 반인권·테러라는 표현도 없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북한의 접근은 감정적이다. 거칠고 비외교적이다. 사망의 원인이 심장마비라고 주장한다. 말레이시아 경찰당국이 부검 전에 심장마비라는 추정에 말꼬리를 잡는다. 시신 부검을 반대한다. 시신 부검의 여부는 유족 또는 현지 당사국의 법·규정을 따라야 한다. 한국정부와 말레이시아 정부가 결탁해서 북한을 배후로 지목한다고 주장한다. 북한의 전형적인 책임전가·물타기 전술이다. 공동조사를 제의한다. 사건 해결의 협조보다 여론전을 통해 조사결과 발표를 지연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한국의 접근은 확대 재생산적이다. 김철을 김정남으로 기정사실화한다. 김정남에 대한 정보가 많음을 과시한다. 사건 배후로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정권임을 분명히 한다. 북한 당국이 배후가 아니라면 누구냐는 선동적 인식이 담겨있다. 통일부 대변인이 긴급 브리핑을 실시한다. 통일부는 정보부도 아니고 사건조사부도 아니다. 스스로 임무와 역할을 망각하고 품위를 손상한 책임이 크다. 국방부는 사망 소식과 함께 김정은 정권의 공포정치를 대북확성기를 통해 심리전을 펼쳤다. 예방안보는 소홀히 하면서 대결안보에는 적극적인 모습이다. 탄핵정국에서 대결안보는 편가르기식 국내 정치용이다. 예방안보가 진짜 안보이고 대결안보는 가짜 안보이다.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가짜 안보는 대한민국의 적폐로서 척결돼야 한다.

    중국은 사건 발생 후 북한으로부터 석탄수입 중단을 발표했다. 북한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로 읽힌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도 강조한다. 사건 관련 및 관심국가에 대한 권고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김정남에 대한 신변보호·관리를 해 왔다. 북한도 중국의 입장을 고려해서 김정남 및 일가족들에게 ‘외교여권’을 허용했다. 중국은 김정남 사망 사건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파악하고 있는 듯하다. 김정남 사망 사건의 ‘키맨’은 말레이시아도 한국도 아닌 중국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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