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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콧줄을 떼고 입으로 먹는 그 소중함을 위하여

  • 기사입력 : 2017-02-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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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요? 얼큰한 순두부찌개가 가장 먹고 싶어요.” 필자가 임상근무 중 한 젊은 연하장애 환자에게 들었던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아주 평범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그분에게는 가장 간절하고도 절박했던 한마디였다. 현대사회는 보다 더 ‘잘 먹고 잘 살며 잘 지내기’ 위해 수많은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제대로 길러진 유기농 식품을 선택하며 맛으로나 영양학적으로나 상위의 식품을 고집하는 웰빙시대인 것이다. 그러나 가장 첫 번째인 ‘잘 먹고’가 되지 않는다면 웰빙의 첫걸음부터 제대로 딛지 못하는 셈일진대 산해진미 진수성찬이 그러한 분들에게 무슨 행복을 선사해 줄 수 있으랴. 그만큼 잘 먹는다는 것은 삶의 행복적 측면에서도 매우 의미있는 행위이다. 먹는다는 것은 보편적으로 인간의 3대 욕구 중 하나이며 우리의 뇌는 구강을 통해 먹음으로써 맛을 해석하는 과정을 거쳐 행복감을 느끼며 더욱 활발한 두뇌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연하장애가 동반된 환자들은 이러한 과정들이 상실되고 자연스레 우울감 및 자존감 하락이 동반된다. 이 세상 어느 누가 맛있는 음식을 눈앞에 두고 냄새만 맡으며 음식들을 콧줄로 섭취하고 싶어할까. 음식을 먹는 것을 한문으로 ‘삼킬 연(嚥), 아래 하(下)’ 자를 써서 연하(嚥下)라고 하는데 그 뜻은 음식물이 구강에서 인두를 거쳐 식도를 지나 위의 분문에 이르는 것을 일컫는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문제가 생긴, 즉 뇌와 신경들과 근육들의 조화로운 작용기전이 무너진 연하장애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연하장애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뇌졸중을 들 수 있는데, 뇌경색 또는 뇌출혈 등으로 인해 뇌의 영역 및 신경이 손상됨과 동시에 주로 신체 한쪽의 마비증세가 나타나며 종종 삼킴 근육의 약화 및 마비, 삼킴 반사 및 구강감각의 소실 등 심각한 연하장애가 동반된다. 이러한 연하장애로 인해 부득이하게 연하장애 환자들은 일명 콧줄이라 불리는 보조도구 L-tube(Levin tube) 또는 경피적 내시경 위루조성술이라 불리는 PEG 등을 통해 섭식을 하게 된다. 이러한 것들은 외관상 환자의 자존감을 하락시킬 뿐 아니라 우울감 유발 및 삶의 질 또한 매우 저하시키는 요소들이다.

    본원에서는 이러한 연하장애의 극복을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그중 첫 번째는 VFSS장비를 통한 객관적 문제점 관찰 및 진단인데, 이것은 조영제인 바륨을 섞은 3가지 타입의 음식(물, 요플레, 밥)을 삼킴과 동시에 X선을 환자의 목 부위에 투과시켜 육안으로 연하의 문제점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촬영된 영상을 통해 연하가 구강-인두-식도로 진행되는 동안 어느 단계에서 어떠한 문제점이 나타나는지를 규명할 수 있다. 또한 이를 통해 연하곤란 식이처방 또는 섭식보조도구 사용 여부를 결정한다. 두 번째는 기능적 전기 자극 연하치료기인 Vital stim이다. 이는 음식을 삼킬 때 수축돼야 하는 근육에 직접적으로 전기자극을 줌으로써 삼킴을 촉진시키는 방법인데 삼킴장애 치료에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번째는 작업치료사와 1:1로 시행하는 전통적 방식의 RDT(Rehabilitation of dysphagia therapy)이다. 재활의학과 전문의 처방에 근거해 환자의 연하 문제점 및 개선에 꼭 필요한 요소들을 제공하며 삼킴 방법에 대한 교육 및 근력 강화 운동을 시행한다. 작업치료사는 환자들의 삶에서 가장 의미 있고 목적적인 것들을 회복시켜주는 사람이며, 동시에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지지하고 사회적 참여를 독려하는 사람이다. 이와 더불어 삶에서 가장 기본이 되며 의미 있는 일상생활 중 하나인 ‘먹는 기능’을 회복시켜주는 역할 또한 작업치료사의 역할일 것이다.

    김무건(창원 희연병원 작업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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