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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치매 진단에 도움주는 핵의학 영상검사

  • 기사입력 : 2017-02-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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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전 전임의로 일할 때, 동료 의사들보다 나이가 많았던 나는 대화 중 사람이나 물건의 이름이 딱 떠오르지 않아서 자신도 모르게 이들을 설명하는 말을 자주 했었다. ‘그 선생님 있잖아요, 코에 점 있는 분’이라던가, ‘거시기 있잖아요, 국수 밀 때 쓰는 막대기’라는 식이었다. 이런 나에게 동료들은 벌써 치매 온 것 아니냐며, 임상시험 중인 아밀로이드 PET/CT에 자원해 보라고 놀리곤 했었다.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 질환은 알츠하이머병인데, 이 병은 뇌조직 안에서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이 침착돼 뇌신경을 파괴하고 신경신호 전달을 방해함으로써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아밀로이드 PET/CT는 베타 아밀로이드의 뇌 내 침착을 영상화할 수 있는 검사법으로, 최근 상용화돼 알츠하이머병의 감별과 확진을 위해 시행되고 있다. 베타 아밀로이드의 축적은 알츠하이머병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초기 단계에서부터 발생하므로, 아밀로이드 PET/CT는 알츠하이머병의 조기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 질환은 다양하기 때문에 검사 하나로 진단할 수는 없다. 대표적인 질환으로 알츠하이머병, 혈관성 치매, 루이소체 치매, 전측두엽 치매, 파킨슨병 등이 있는데, 이들의 감별 진단을 위해서는 신경학적 검사, 혈액 검사, 뇌척수액 검사, 유전자 검사, 뇌 MRI와 뇌 PET/CT가 이용되고 있다. 환자의 상태, 의심되는 원인 질환과 여러 조건들을 고려해서 다수의 검사를 조합해야만 한다. 핵의학과에서 시행하는 뇌 PET/CT만 해도 어떤 방사성 의약품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세 가지나 된다. 뇌의 당대사 변화를 볼 수 있는 F-18 FDG PET/CT, 뇌의 선조체에서 도파민 운반체 결핍 정도를 볼 수 있는 F-18 FP-CIT PET/CT, 그리고 앞에서 설명한 아밀로이드 PET/CT의 세 가지이다.

    뇌세포의 주 에너지원은 포도당이며, 뇌세포에 이상이 발생하면 포도당의 대사 양상도 변화한다. 치매의 원인 질환에 따라 비교적 특징적인 뇌 부위에서 포도당 대사 감소가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으며. F-18 FDG PET/CT는 뇌의 포도당 대사 정도를 영상화해 치매의 원인 질환을 감별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파킨슨병은 움직임이 느려지는 증상으로 알려져 있으나, 약 30% 정도의 환자에서 치매가 발생하며 같은 연령의 정상인보다 치매의 발생률이 높다. 루이소체 치매는 그 증상과 병리 소견이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과 비슷하다. 이 두 질환에서는 뇌의 특정 부분에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결핍을 보이는데, F-18 FP-CIT PET/CT는 도파민 운반체 결핍을 영상화할 수 있어 치매의 원인 질환 감별에 도움이 된다.

    PET/CT는 치매의 진단에 있어 이미 십수 년 동안 연구, 적용되고 있지만, 가끔 PET/CT 영상 소견이 임상증상 또는 다른 검사소견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고, 때로는 MRI와 세 가지 PET/CT를 모두 시행해도 확실한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뇌의 병태생리가 복잡하고, 아직 밝혀내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수많은 의과학자들이 치매의 진단과 치료법을 찾기 위해 연구하고 있으며, 현재 핵의학 분야에서는 알츠하이머병의 병태생리 중 하나인 타우 단백질의 침착 정도를 영상화할 수 있는 방사성 의약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의해 머지않아 치매의 진단이 좀 더 명확하고 간편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석호 (창원경상대학교병원 핵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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