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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황교안 대행의 아쉬운 정치행보- 서민(단국대 교수)

  • 기사입력 : 2017-03-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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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안보위협과 어려운 경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오랜 고심 끝에 내린 결정.”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특검 연장을 거부한 이유란다. 이해할 수 없다. 북한의 안보위협이 최근 더 심해진 것 같지도 않고, 경제는 지난 10년간 어렵지 않은 적이 없었다. 특검을 거부하면 북한이 개과천선하고, 어렵던 경제가 살아날까? 거부의 조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검연장은 그냥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될 일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회피로 인해 대면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롯데와 SK 등 삼성을 제외한 재벌에 대한 수사는 시작도 못했다. 시간이 촉박한 탓에 우병우의 범죄도 밝혀내지 못했다. 국민의 70%가 특검연장을 원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더구나 그는 검사 출신으로, 특검연장이 필요함을 누구보다 더 잘 알 터였다. 하지만 황 대행은 특검연장에 대한 의견을 물을 때마다 “면밀히 검토 중”이라며 대답을 회피했다. 며칠 전 노인복지회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특검연장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는 “노인들이 잘되시도록 바람을 가지고 왔다”는 동문서답을 하기도 했다. 그가 연장을 거부하기로 결정한 것은 오래전의 일이었으리라. 그럼에도 그가 진작 거부를 천명하지 않은 이유는 그 경우 자신에게 욕이 쏟아질 것을 우려해서가 아닐까? 끝까지 버티다 마지막에 거부하면, 그만큼 욕을 덜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황 대행에 대해 기억나는 몇 장면이 있다. 첫 번째는 2016년 11월, 박 대통령이 이상한 종교를 믿는 게 아니냐고 따져 묻는 민주당 이재정 의원을 째려보던 모습이다. 이재정 역시 지지 않고 눈을 부라려 둘 간의 눈싸움이 한동안 계속됐는데, 이재정이 법조계로 따지면 한참 후배이긴 해도 그가 국민의 대표로서 질문했다는 점에서 그의 째려봄은 국민에 대한 도발로 보였다.

    두 번째는 2016년 3월, 그가 부산행 기차를 타기 위해 차를 타고 서울역 플랫폼까지 진입했던 모습이다. 플랫폼에 서 있던 사람들은 “여기도 차가 들어올 수 있나?”며 놀랐는데, 중증 장애인이 받아야 할 대우를 두 발로 걷는 데 아무 문제가 없는 그가 받았다는 점에서 명백한 갑질이었다.

    세 번째는 2017년 2월,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규정한 특검이 청와대 진입을 저지당했을 때다. 특검은 황 대행에게 압수수색에 협조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황 대행의 답변은 허용도 거절도 아닌, 답변을 뭉개는 것이었다. 나중에 국회에서 추궁을 받자 “법령상 판단은 청와대 경호실장과 비서실장이 해야 한다”며 책임을 그들에게 돌렸다. 앞의 두 가지가 출세가도를 달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갖게 된 특권의식의 발로였다면, 세 번째 사건은 아직은 대통령인 박근혜의 미움을 사고 싶지도 않고, 국민의 비난도 받고 싶지 않은 황 대행의 ‘꿩 먹고 알 먹기’ 심리에서 나왔다. 약자에 강하고 강자에 약한 이를 비겁하다고 정의한다면, 황 대행이야말로 비겁의 끝판왕이다.

    그는 1983년 청주지검 검사를 시작으로 28년간 검찰에 몸담으며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그 시절 공안검사로 출세하는 비결은 국가권력에 철저히 순응하는 것이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란 중책을 떠맡았다고 해서 갑자기 사람이 바뀔 수야 없는 노릇이니, 그가 여전히 비겁하게 구는 것도 이해는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 대행은 12.5%의 지지율로 3위를 달리고 있다. 1, 2위가 전부 더불어민주당인지라 황 대행은 보수 진영에서 1위다. 그가 국민의 뜻과 배치되는 행동을 거듭한 것도 보수층의 지지를 잃지 않으려는 얄팍한 속셈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하지만 정치는 국민의 뜻을 따르는 일, 알량한 권력과 자신의 지지층을 만족시키느라 민심을 외면한 그가 좋은 정치인이 될 확률은 없다. 마땅한 후보가 없는 보수진영을 감안할 때 황 대행이 보수 후보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의 운이 좋다면 대통령이 되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비겁한 대통령은 무능한 대통령에 버금가는, 국민들의 또 다른 불행이라는 것 말이다.

    서 민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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