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6일 (금)
전체메뉴

[거부의 길] (1041) 제18화 푸른 기와지붕 사람들 31

“얼마에 팔려고 하는데?”

  • 기사입력 : 2017-03-06 07:00:00
  •   
  • 메인이미지


    노일환의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기분이 미묘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그녀의 이름을 회사의 명부에서 뺀 것은 차후에 발생할지도 모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내일부터 출근하지 않을게요.”

    “예. 그리고 회사의 지원이 필요하시면 무엇이든지 말씀해 주십시오. 전폭적으로 지원해 드릴 겁니다.”

    “잘 알겠습니다.”

    서경숙은 노일환과 악수를 나누고 갤러리로 향했다. 갑작스러운 일이라 마음이 무거웠다. 게다가 운전기사 최명수를 회사에 남게 하는 것은 여러 가지로 불편할 것 같았다.

    ‘나중에 최명수를 다시 불러야겠어.’

    서경숙은 운전을 하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최명수는 입이 무거운 사내였다.

    “관장님, 청년작가전을 준비하고 싶어요.”

    갤러리로 돌아오자 심은지가 기획안을 내밀면서 말했다.

    “갤러리는 화가들의 그림을 전시하여 판매하는 것이 업무야.”

    서경숙은 그녀가 만든 기획안을 천천히 살폈다. 기획안은 비교적 잘 만들어져 있었다. 청년작가전에 대한 화가들의 생각, 홍보기획, 필요한 자금에 대한 항목이 다섯 페이지나 되었다.

    “그래서 토요일에는 청년작가전을 열어 누구나 그림을 전시하고 싼 가격으로 살 수 있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림을 싼 가격으로 파는 건 화가를 모독하는 일이 아닌가?”

    “그렇지 않습니다. 화가들은 그림을 싸게 팔아서 생활에 도움이 되고 시민들은 싸게 사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얼마에 팔려고 하는데?”

    “20만원에서 50만원 정도입니다.”

    그림값이 싸면 일반인들도 손쉽게 구입할 수 있고 화가들도 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림에 대한 저변 확대도 이루어질 수 있었다.

    “이걸 토요일마다 하겠다고?”

    “관장님께서 허락하시면 하겠습니다.”

    “좋아. 해봐.”

    서경숙은 심은지의 기획안을 허락했다. 심은지가 물러가자 서경숙은 인터넷으로 수색 쪽의 부동산 가격을 조사했다. 수색 쪽은 도심에서 크게 떨어져 있지 않은데도 땅값이 싼 편이었다. 허름한 집들이 많아 아파트 단지로 개발될 소지가 충분했다. 수색에서 광화문까지 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 근처 땅을 사야겠어.’

    서경숙은 수색 쪽에 있는 부동산중개소로 갔다. 부동산중개소 몇 곳을 돌아다니다가 젊고 활동적인 사내를 커피숍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이름이 김순철이었다. 30대 후반의 야무져 보이는 얼굴이었다.

    “이 근처에 땅을 좀 사고 싶어요.”

    서경숙이 김순철의 얼굴을 살피며 말을 건넸다. 그는 커피를 마시는 체하면서 서경숙의 가슴을 눈으로 더듬고 있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