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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봄이 아닌 봄날의 정세- 최낙범(경남대 행정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7-03-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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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춘 우수가 지나고 겨울잠을 자던 벌레들이 놀라 깨어난다는 경칩이 지났다. 매화 꽃 향기가 짙어지고 산수유가 샛노랗게 물들어 가고 있다. 봄! 봄이 오고 있는데 국내외 정세는 꽁꽁 얼어붙어 녹을 줄 모르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헌재의 탄핵심판은 2월 27일 청구인 국회와 피청구인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의 최종변론이 있었고, 이제는 재판관들이 판결을 위한 평의를 하고 있다. 언론들은 이번 주에 헌재가 선고 기일을 밝힐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탄핵을 찬성하는 촛불과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는 지난 토요일에도 열렸다. 찬반 모두 자기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헌재 결정에 따를 수 없다는 듯이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이에 편승한 여야 정치인들은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부추기면서 본분을 망각하고 있다. 탄핵정국을 대선정국으로 이용하는 대선 후보자들 역시 책임지지도 못할 공약을 남발하면서 나 아닌 남을 인정하지 않고, 대통령을 탄핵하게 된 권력자와 가진 자들의 적폐를 척결하고 국민을 통합하는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렇게 불안한 국내 정세를 틈타 중국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반대한다면서 우리나라를 흔들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롯데에 대해 필요 이상의 시설 점검을 하고 불매운동을 펼치고 있다. 롯데가 사드 설치 부지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사드보복은 이제 롯데만이 아니라 삼성, 현대 등 다른 기업들을 움츠리게 만들고, 우리나라를 찾는 중국관광객의 발걸음까지 묶고 있다. 중국시장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됐다. 우리 국토를 우리가 방위하겠다는데 중국은 경제력을 앞세워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중국의 보복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대응할 수 있는 힘이 없다는 것이 서글프다.

    이런 판국에 지난 1월 9일 일본은 부산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를 문제 삼아 주한 일본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했다. 일본의 항의에 외교부는 2월 14일 적절한 장소로 옮기는 방안에 대해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은 그런 정부의 조치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아직 주한 일본대사를 귀임시키지 않고 있다. 위안부 문제의 피해자인 우리가 일본과의 외교문제에 끌려 다니는 모양새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잃게 한다. 이 모두가 중국과 일본이 우리를 얼마나 만만하게 보는지 알 수 있는 일들이다. 우리 국력을 한탄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안타깝다. 그렇다고 약자의 설움을 안고 이대로 살아간다는 것은 후손들에게 볼 낯이 없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비상시국을 계기로 우리는 거듭나야 한다. 무엇보다 정치가 새로워져야 한다. 구태의연한 이념 대립으로 국민 갈등을 조장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정치의 본질은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것이다. 당면한 과제는 촛불과 태극기 여론을 정치적 과정을 통해 조정하고 통합하는 일이다. 적어도 국가의 의사를 결정하는 국회의원들이 어느 한 편의 집회 광장에 뛰어드는 것은 본분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여부는 헌재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그것이 법치주의의 원리다.

    단체나 개인의 자유는 법에 의해 보장되고, 서로를 믿고 행동하는 신뢰 사회는 법에 의해 형성된다. 신뢰 사회는 국가의 소중한 자산이고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다. 대선 과정에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와 비리를 척결하는 구체적인 해결책으로 국민을 통합하고 튼튼한 신뢰 사회를 형성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야 한다. 그래서 중국과 일본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국력을 신장해야 한다.

    봄이다! 얼어붙은 국내외 정세도 봄기운에 녹아 새로운 희망을 노래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최낙범 (경남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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