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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5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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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회소수자에 대한 ‘무분별한 혐오 표현’

너희 나라 사람은… 남편 잡아묵은 X… 피해자에 깊은 상처
장애인·이주민 등 정신 고통
차별금지 실현 환경 조성돼야

  • 기사입력 : 2017-03-06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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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X’, ‘니그로(검X이)’, ‘홍X’, ‘된장X’, ‘김치X’….

    사회적 소수자를 향해 무심결에 내지르는 혐오표현이 그들로 하여금 우울증, 공황발작 등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게 하는 것으로 나타나 자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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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내 사례= A(58)씨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올해 2월까지 창원시 의창구 동읍 일대에서 여성이 운영하는 식당만 골라 술 취한 상태로 출입해 17회에 걸쳐 “와 술을 안 주노, XXX아”라며 행패를 부렸다. 한 곳에서는 여성 업주의 가슴을 세 차례 만지는 등 강제추행도 했다.

    지난해 8월께 김해다문화치안센터를 찾은 베트남 출신 한 결혼 이주여성은 남편의 폭력과 추행을 견디다 못해 남편을 신고했지만, 이 일로 시어머니에게 “니가 들어와서 우리 집안을 배렸다. 남편 잡아 묵은 X”이라는 모욕을 받았다.

    지체장애 2급을 가진 20대 B(여·창원)씨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결혼을 꿈꿨지만, 집안에서 “니가 어떻게 먹여 살릴 건데”, “2세는 어떻게 하냐”라며 결혼을 반대해 꿈을 접기도 했다.

    ◆정신적 고통 심해= 온·오프라인에서 만연한 혐오표현으로 실제 피해 당사자들은 자살충동, 우울증, 공황발작,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숙명여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장애인·이주민·성 소수자·여성 소수자가 아닌 남성 101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여러 유형의 소수자 20명을 추려 심층면접한 ‘혐오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장애인(200명) 58.8%, 이주민(126명) 56%, 성소수자(295명·장애인과 중복 있음) 49.3%가 혐오표현을 접한 이후 ‘스트레스나 우울증 등 정신적 어려움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온라인에서 혐오표현 피해를 경험한 경우는 성 소수자가 94.6%로 가장 높았고, 여성 83.7%, 장애인 79.5%, 이주민 42.1% 순이었다. 오프라인 혐오표현 피해 경험률도 성 소수자가 87.5%로 제일 심했고, 다음으로 장애인 73.5%, 여성 70.2%, 이주민 51.6%이 뒤를 이었다.

    ◆형사처벌보다 환경 개선이 중요= 이에 사회 일각에서는 혐오발언을 처벌하자는 논의가 꾸준히 제기됐다. 우리나라 현행법상 피해자가 특정된, 즉 특정인을 직접 지칭한 혐오발언은 모욕죄, 명예훼손죄 등으로 처벌할 수 있지만, ‘홍어(전라도 지역을 비하하는 표현)’, ‘김치X(여성 비하 표현)’ 등 특정집단을 향한 혐오표현은 법을 적용하기가 상황에 따라 애매한 탓이다.

    하지만 이번 실태조사를 진행한 연구진은 “혐오표현을 규제하는 입법도 필요하지만, 표현의 자유와 상충할 우려도 있는 만큼 혐오표현 자체를 규제하는 것 외에 차별금지와 평등의 가치가 실현되는 환경을 조성해 혐오표현이 나타나는 조건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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