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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성동격서- 전강준(부국장대우 경제부장)

  • 기사입력 : 2017-03-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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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한국에 대한 사드 배치 보복 행위는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한 것은 맞다. 서울, 부산 등 국내여행객의 30%를 차지한다는 중국관광객의 감소 추세로 이들을 상대로 사업하는 사람들의 손실도 크다. 중국에 진출한 각종 국내 기업, 한류 열풍 등 문화콘텐츠의 위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그에 따른 손실도 엄청나다.

    하지만 중국의 이번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성동격서, 보호무역주의, 군기잡기, 인해전술, 갑질 등 달갑지 않은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성동격서. 동쪽을 공격하는 척하며 실제 서쪽을 공격한다.

    중국은 한국의 사드 배치에 안보를 위하는 척하면서 자국의 산업 육성과 내수시장을 보호하려는 듯한 냄새를 풍긴다. 사드 부지 제공의 빌미로 롯데그룹의 중국사업장에 대한 세무조사 기류, 불매운동 등 제재조치 움직임이 그렇다. 향후 사태가 진정세에 들어갔을 때 이번 일을 계기로 롯데에 요구하는 일이 아마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성동격서라는 말이 이젠 바둑에서나 쓰는 용어가 됐지만, 한쪽의 요란함으로 다른 쪽을 더 크게 키우는 방식은 요즘의 국외 정세인 보호주의와 맞물려들어 가는 느낌이다.

    군기잡기. 다양한 한류의 열풍이 중국대륙을 휩쓸면서 이참에 정리를 해볼 것 같다. 지난달 말부터 영화, 드라마, 예능, 광고 등 한류 콘텐츠에 대한 제한이 이뤄졌고, 중국에 영향을 미치는 한국의 어떤 것도 제재하려 하고 있다. 여행도 한국행 자제를 지시하면서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적으로 주고 있다.

    한국 관광상품 판매 중단 지시, 이미 예약된 관광 일정 취소 등의 조치가 이뤄졌다. 중국의 단체관광객(유커)도 한국여행 일정을 취소하고, 중국의 화장품 제조회사의 한국으로의 임직원 포상관광 혜택 계획도 취소했다 한다. 이번에 단단히 군기잡기에 들어간 느낌이자 중국의 인해전술을 보는 듯하다.

    정리하자면 갑질이다. 중국이 기침만 하면 감기가 든다는 한국이 감히 중국의 말씀(?)을 거스른 이유 때문. 물론 자신들의 턱밑에 사드 배치를 한다는 것은 기분 나쁜 일이지만 이런 핑계로 갑질은 자유로워진다. 국내의 갑질은 그 죄가로 심판대에 올랐지만, 국외의 갑질은 약소국이 강대국을 그냥 바라보는 형국이다.

    어떻게 됐든 최근 중국 일련의 행위는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렇다고 무조건 중국의 조치에 수긍해 따라갈 수만은 없고, 나름대로의 강단은 지켜나가야 한다. 연간 중국에서 한국에 들어오는 관광객은 800만~1000만여명, 한국인이 중국에 들어가는 관광비율은 400여만명이라고 파악되고 있다. 숫자적으로는 한국의 손해지만 그 이익을 위해 중국에 머리까지 숙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오히려 한국인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 상황에서 중국 여행을 가급적 자제토록 하고, 동남아 등의 여행을 권장해볼 만하다. 물론 인고의 세월은 견뎌야 한다.

    자국보호주의를 위한 노골적인 색깔을 드러낸 미국의 트럼프, 자국보호를 위한 영국의 유럽연합(EU)의 탈퇴, 엔화 약세로 수출일변도를 기한 일본의 아베노믹스 등도 모두 자국보호이다. 화난 듯한 중국의 색깔이 이번 일로 자국보호를 기하는 계기로 삼지 않나 주의 깊게 둘러볼 일이다.

    전강준 (부국장대우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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