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07일 (토)
전체메뉴

(674) 인정상통(人情相通) - 사람의 정이 서로 통한다

  • 기사입력 : 2017-03-07 07:00:00
  •   

  • 필자의 좀 괜찮은 능력 가운데 하나가 사람의 이름을 잘 기억하는 것이다.

    고등학교 동급생 가운데 같은 반이 한 번도 되어 본 적이 없는 조학래(趙學來)란 친구가 졸업한 지 20년 지나 필자가 근무하던 경상대 학훈단(현 학군단) 교관으로 부임했다. 나를 찾아와 “나를 알겠소?” 하기에, “조학래 아니냐? 집이 진해 있고, 3년 동안 기차로 통학하지 않았느냐?” 하니, “어떻게 아느냐?”라고 했다. “한번 들은 적이 있지.” 오랜만에 만나 자기를 알아주니 기분 좋을 수밖에 없었고 자연히 친하게 지내게 됐다.

    반대로 남을 잘 기억했다가 아주 민망해진 경우도 있었다. 어떤 행사장에 초청을 받아 갔는데, 전에 몇 번 만난 적이 있는 운수회사 회장을 만났다. 반갑게 인사를 하니, 그 사람은 “누구십니까?”라고 물었다. “2001년 충남대 행사에 회장님 차를 타고 갔다 온 적이 있고, 그 뒤 만나서 식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는데도 “전혀 기억이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고등학교 때 누가 마산여고 교지를 구해 왔기에 돌려봤다. 김교한(金敎漢)이라는 ‘시조시인, 지도교사’라는 분의 글이 실려 있었다. 은사들이나 친구 등 교직에 종사하는 사람이 있어 신문의 교사 인사 소식을 대충 훑어본다. 김교한이라는 이름도 가끔 올랐다. 김해교육장 등에 임명되는 소식을 본 적이 있다. 또 시조시인으로서 문학성 높은 시조를 창작하고 시조집도 꾸준히 내 우리의 전통적 운율이 담긴 시조문학의 맥을 이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국시조시인협회 부회장 등을 맡아 문단을 이끄는 것과 경남문화상 등을 수상했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러나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개인적인 이력은 전혀 몰랐고 최근에는 잊고 지냈다.

    지난 2월 23일 전화가 왔다. “시조를 쓰는 김교한이라는 사람인데, ‘한자 한문 이야기’ 잘 보고 있습니다. 특히 옛날 이야기와 오늘날의 현실을 잘 연결시켜 주고 또 마지막 결론에서 의미 부여하는 게 아주 마음에 와 닿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김교한이란 분은 연로하실 텐데, 목소리를 보니 젊은데 아마 동명이인인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필자의 글에 관심을 가져 준 것은 매우 고마운 일인데, 젊은이라고 생각해 전화를 너무 성의 없이 받은 것 같았다.

    혹시 옛날 김 선생일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고 전화를 소홀히 받은 것이 마음에 걸려 오후에 전화를 걸었다. 과연 마여고에 계셨던 김 선생이 맞았고, 올해 90세라고 했다. 아직도 필자의 글을 꼼꼼히 보고 계신다니 반가웠다.

    뜻이 같으니, 연령차가 나고 만난 적이 없어도 마음이 서로 통하는 것이다.

    *人 : 사람 인. *情 : 뜻 정.

    *相 : 서로 상. *通 : 통할 통.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